전제조건 달린 '시장자율'..금융권 '기대'보다 '우려'

임 위원장 "금융사 금리 인하·수수료 결정구조 공개" 주문
금융권 "수익성 악화 강요·영업 비밀 공개하라는 것" 난색

입력 : 2015-03-17 오후 4:56:10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금융위원회 기자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금융개혁 방향 및 추진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News1
 
[뉴스토마토 이종용·이종호기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앞으로 추진하는 '금융개혁 방향 및 추진전략'이 17일 발표된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임 위원장이 표면적으로는 시장 자율을 강조하고 있지만 '경제활성화를 위한 금융개혁'이라는 표현 자체가 금융을 곱게 바라보지 않는 정부의 시선과 일맥상통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이날 열린 간담회에서 임 위원장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취지에 맞춰 (금리를) 움직이기를 바란다" "수수료, 금리 자율정책을 보장받으려면 결정 과정을 투명히 공개하라" 등의 발언으로 애초 시장 자율에 대한 기대감을 퇴색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 위원장은 본격적인 추진 발표에 앞서 박근혜 정부 들어 지난 2년여간 금융당국 주도의 다양한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사 역량 및 일선 인식 변화와 실천은 미흡했다고 진단했다. 
 
감독 관행으로는 방향성만 제시하고 현장에서는 구체적 내용을 모르는 상황이 지속된다거나 기술금융이 양적으로 확대했지만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했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임 위원장의 진단에 공감하고 있지만 임 위원장이 내놓은 금융개혁 방향이 지난 2년간의 추진 방향과 어떤 차별점이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금융개혁 6개 핵심과제 가운데 ▲금융감독 쇄신 ▲기술금융 확충 ▲핀테크 육성은 지난달 청와대 업무계획에 포함된 과제이고 ▲금융회사 자율문화 정착 ▲자본시장 기능 강화 ▲금융규제의 큰틀 전환이 새로 추가됐다.
 
특히 이중 금융감독 쇄신 차원에서 금융회사의 수수료·금리·배당 등의 자율성 원칙을 보장하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임 위원장은 자율성 원칙 보장의 전제 조건으로 결정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고, 전날 진웅섭 금감원장의 대출금리 인하 지적에 대해서도 "자율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다"고 감쌌다.
 
전제 조건이 달린 시장자율에 대해 금융권은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기준금리 1% 시대가 열리면서 은행, 보험 등은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은행권은 핵심 영업지표인 순이자마진이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로 곤두박칠 떨어진 가운데 수수료 등 비이자수익을 늘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기관의 영업 비밀이라고 할 수 있는 결정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것은 시장 논리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보험업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기준금리 인하로 보험사가 나중에 고객에게 보험금이나 환급금을 지급할 때 적용하는 예정이율이 낮아지면서 보험상품 구매 선호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임 위원장은 이 같은 수익성 악화의 타개책으로 금융업권 칸막이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은행 등 비은행의 복합점포 확대 등 판매채널 확대에만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임 위원장은 복합점포는 판매행위를 융합해서 하라는 취지라며 전업주의의 기본틀은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보험업권에서는 보험사 지급결제 허용이 물 건너 간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보험 가입자들은 은행계좌를 통해서만 보험료를 내거나 보험금을 받도록 돼 있다. 그러나 보험사에 지급결제 업무가 허용되면 보험계좌에서 바로 보험료를 내고 받을 수 있다.
 
생보사 관계자는 "전업주의의 틀은 유지하겠다는 발언은 판매 채널에 대한 업권 구분만 없애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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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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