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대전 한밭구장에서 열린 LG트윈스-한화이글스 경기 도중 스피드업 규정으로 아웃된 이진영(위), 김경언. (사진=MBC 스포츠플러스, SBS스포츠 중계 방송 캡처)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논란에 오른 스피드업 규정이 우여곡절 끝에 변경됐지만, 현장의 반응은 아직 싸늘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해 제정한 스피드업 규정 중 최근 시범경기에서 문제로 거론된 '타자 타석이탈 시 스트라이크 부여' 관련 규정을 16일자로 '스트라이크 부여'에서 '제재금 부과'(20만원·2군은 5만원) 형태로 바꿨다.
KBO는 올해부터 타자가 타석에서 두 발을 모두 뺄 경우, 공수교대 시간 2분 내 혹은 장내 아나운서 소개 후 10초가 지나도 타석에 안 오를 경우 등에 심판이 스트라이크를 주기로 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타자가 타석에서 두 발이 다 벗어나면 벌금 500달러(한화 약 56만원)를 내야 한다.
이같은 규정은 빠른 경기 진행을 위해서 제정됐다. 지난해 경기당 평균 소요시간은 3시간27분을 기록했다. 이중 75경기(전체 경기 대비 13%)는 4시간 이상 걸렸다.
스피드업 규정 시행 이후 올해 시범경기 평균 소요시간은 2시간50분 전후로 줄어들었다. 당초 기대한 효과는 확실히 나타난 셈이다.
그렇지만 현장의 반발이 상당했다. 타석 이탈 제재에 대해 김성근 한화 감독을 필두로 "승부처에서 경기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등 비판이 일었다. 팬들과 야구 원로 다수도 "공 두 개로서 삼진을 잡을 해프닝도 생길텐데, 이는 야구의 본질을 해칠 수 있다"며 우려했다.
결국 KBO는 규정 시행 아흐레 만에 경기에 영향을 주는 기존 스트라이크 부여 대신 제제금 부과로 바꿨다. 새로운 규정은 지난 17일 경기부터 전격 적용됐다.
논란이 됐던 규정을 바꿨지만, 현장의 냉랭한 반응은 이어지고 있다. "타석을 벗어나는 행위가 범죄가 아닌데 제재금을 물리는 조치는 말이 안 된다"는 의견이 선수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수도권 구단의 A선수는 "스트라이크를 주는 것보단 낫다. 그런데 발이 타석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제재금을 받는 조치는 이해 안 된다"고 불평했다.
비수도권 구단의 B선수도 "취지는 맞지만 이것도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타석에선 오만 생각이 다 드는데 경기 집중이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했다.
제재금 액수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2군의 C선수는 "퓨처스(2군)서 기회를 얻어 1군에 오른 선수는 최저 연봉을 받을텐데, 20만원은 상당히 크다. 반면 연봉 2억원을 받는 선수는 부담이 적다. 선수 연봉에 따라 타석에서 느낄 부담이 다른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타자에게만 부담을 지운다는 불평도 있다. 타자인 D선수는 "스피드업 규정은 타자에게 초점을 맞춘 듯 하다. 타자들끼리는 그런 불만도 있다"고 전했다.
규정 제정과 잇따른 변경조치에 대해 KBO는 "시범경기에서 부작용이 있는지 보려고 일찍 시행했고 문제가 있어 바꿨다"며 "경과를 계속 보고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