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방서후기자] 수도권 아파트 경매시장이 호황을 누리고는 있지만 낙찰받기는 더욱 어려워져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19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1~15일 수도권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92%로, 지난 2008년 4월 92.2%를 기록한 이후 7년 여 만에 90% 선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경매 건당 평균 응찰자수도 11.5명으로 집계되며 지난 2001년 이후 가장 치열한 경쟁을 보였다.
이렇게 경매 지표가 상한가를 친 데에는 부동산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투자자는 물론 전세난으로 인한 내 집 마련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면에는 법원이 장기간 지속된 부동산 경기 침체로 쌓였던 경매 물건을 신속하게 처분하기 위한 방편으로 유찰저감률을 높인 것도 낙찰가율과 입찰 경쟁률 상승에 적지 않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유찰저감률은 경매에서 1회 유찰될 때 최저입찰가가 낮아지는 비율로, 저감률이 높아지면 유찰시 입찰가 하락폭도 커진다. 현재 수도권에서는 서울과 의정부지방법원 본원,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이 20%, 나머지는 모두 30%의 저감률을 적용하고 있다.
저감률 상승에 따라 경매 횟수와 재경매 기간이 줄어들어 법원은 업무 부담이 감소하고, 채권자들은 신속하게 채권을 회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입찰자 입장에서는 취득할 수 있는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어 경쟁이 치열해지고, 오히려 낙찰가율을 치솟게 하는 원인이 된다.
실제로 지난해 12월부로 저감률 30%를 적용받게 된 수원지법 성남지원의 경우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이 올해 1월과 2월 각각 89.83%, 91.64%를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상승했다. 특히 최근 주택 경기가 회복되며 감정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저감률이 높아진 탓에 입찰가가 낮아져 시세보다 저평가된 물건이 아닌데도 고가낙찰로 이어지고 있다.
1회 유찰 후 지난 9일 2차 입찰에 부쳐진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 아름마을 전용면적 134㎡는 응찰자만 24명이 몰리며 감정가 대비 102% 가격에 낙찰됐다. 같은 아파트 같은 면적대 물건이 지난해 1월 입찰경쟁률 7대1, 낙찰가율 98%에 매각된 것과 비교된다. 수정구 신흥동 주공아파트 전용 67㎡도 2회 입찰에서 22명이 응찰해 낙찰가율 98%를 기록했다. 이 아파트 역시 지난해 2013년 10월에는 경쟁률 8대1, 낙찰가율 91%로 올해보다 경매 지표가 낮게 형성됐다.
지난달 경매에서 낙찰된 아파트 중 응찰자가 가장 많이 몰린 상위 10개 물건 대부분이 저감률 30%를 적용하는 법원에서 나왔다는 사실도 저감률과 경매 지표의 연결 고리를 방증한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응찰자수 상위 10개 물건 중 서울 강남 도곡동 주상복합을 제외하면 모두 인천과 부천, 고양 지역 사건이었다.
◇ (자료=지지옥션)
낮은 최저입찰가만 보고 입찰에 달려드는 경쟁이 과열 양상으로까지 번지다 못해 신건보다 높은 가격에 팔려나가기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3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 풍림아이원 전용 84㎡ 입찰에서는 10명이 응찰해 감정가 대비 105%인 3억5689만원에 신건 낙찰됐다. 하지만 불과 열흘 뒤인 13일 같은 아파트 같은 면적대 물건이 2차 입찰에 부쳐졌고, 무려 40명이 몰리며 감정가 대비 112%인 3억6885만원에 매각됐다.
양창호 미소옥션 대표는 "통상 고가낙찰은 부동산 침체기의 시세를 반영한 저평가된 물건에서 나오기 마련인데, 최근 경매시장 분위기를 봐서는 어지간히 높은 가격을 써 내지 않으면 낙찰받기 힘들어졌다"며 "특히 저감률이 높은 서울 외 수도권 사건들은 최저입찰가가 낮아 경쟁이 더욱 치열하기 때문에 권리분석이 깨끗하거나 상태가 양호해서 본인이 꼭 낙찰 받고 싶은 물건이라면 차라리 신건에 입찰을 들어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