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새로운 꿈 꾸다 - 신촌대학교 10차 준비모임

새파란 외침

입력 : 2015-03-23 오전 10:21:00
지난 3월 8일 일요일 저녁 7시. 신촌의 거리는 주말 저녁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저마다의 약속장소로 향하는 사람들처럼, 나 역시 어느 골목에 위치한 작은 카페에 찾아가는 중이었다. 신촌대학교의 10차 준비모임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얼마 전 신촌대학교의 SNS페이지를 처음 접한 후, 이들이 누구인지, 왜 이런 일을 하는지 궁금했다. 한동안 그들의 소식을 듣던 어느 날, “신촌대학교의 10차 준비모임이 있을 예정입니다. 누구나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을 초대합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를 본 순간, 준비모임에 참석해서 그동안의 궁금함을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진=바람아시아
◇신촌대학교 강의실(사진=바람아시아)
 
#. 신촌대학교?
 
‘신촌’에 있는 ‘대학교’는 많다. 연세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홍익대학교 등등. 신촌대학교 또한 그들의 이름처럼, 신촌에 위치할 예정이다. 그러나 기존 대학과의 공통점은 그것뿐이다. 다른 대학과 달리 신촌대학교는 교육부의 정식 허가를 받은 교육기관이 아니다. 신촌대학교는 현재 대학의 문제점에 대하여 공감하고 이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학교다. 학생들에게 보다 더 필요한 교육을 제공하자는 취지 아래, 다양한 과목을 저렴한 가격에 들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현재 준비과정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4월 초에 개교를 목표로 삼고 있다.
 
#. 학과별 수업계획 발표 및 특강 진행
 
이 날 준비모임은 크게 ‘학과 소개’, ‘총장후보 선출’, ‘안건 회의’ 세 단계로 진행되었다. 현재 신촌대학교는 다양한 학과를 만들고자 하는데, ‘기자되기학과’, ‘예능정치학과’, ‘가라오케 현대사학과’ 등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 학과들이 준비되는 중이다. 총 18개 학과로 학교를 구성하고자 하고 있으며, 10차 준비모임 날에는 ‘축제학과’, ‘마술학과’, ‘마이스피치학과’, ‘소울아트학과’, ‘소셜아트학과’, ‘사회적경제학과’, ‘몸플학과’, ‘연애학과’등 8개 학과 교수님들의 강의안 발표가 있었다.
 
◇신촌대학교의 학과(자료=바람아시아)
 
축제학과의 발표를 맡은 한길우 무언가 대표는 발표에 앞서 “대한민국에서 축제와 관련한 수업을 들으려면 너무나 비싼 강의료와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이런 현실에서 학생들에게 조금 더 도움이 되고자 이 강의를 진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비단 축제학과 뿐만 아니라 신촌대학교가 만들어진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준비해온 PPT는 짜임새 있었고, 12주간 어떤 수업을 제공할 것인지 발표하는 한길우 대표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차있었다.
 
◇마술학과 강의안 발표(사진=바람아시아)
 
이어서는 마술학과의 강의안 발표가 있었다. 기존의 대학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학과이지만 신촌대학교에서는 마술을 배우고 싶은 학생들에게 보다 질 좋은 강의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자 마술학과를 만들었다고 한다.
 
잠시 쉬는 시간 이후에 특강이 진행되었다. 이 날 특강에는 청년연대은행 ‘토닥토닥’의 관계자가 와서 자신들이 처음 은행을 설립했을 때의 어려움과 이를 극복해나간 과정을 설명했다. 신촌대학교의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과목별로 수강료를 지불해야 한다. 얼마나 지불해야하는지, 지불 방법은 어떤 식인지 아직 구체화 되지 않았지만, 신촌대학교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수강료를 받아야한다는 의견이 구성원들 사이에 형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수강료가 학생들의 발목을 잡으면 안 되기 때문에 신촌은행을 설립하여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었다. ‘토닥토닥’의 관계자는 신촌대학교의 구성원들에게 “일단 지르고 보시라”며 충고했다. 본인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은행 설립이 물론 어렵지만 실패하면 다시 시작하면 되고 실패의 경험이 큰 자산이 될 것이다.”라고 얘기했다.
  
특강이 끝난 후, 계속해서 나를 이야기하는 법을 가르치는 ‘마이스피치학과’와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소울아트학과’, 사회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소셜아트학과’, 사회적 경제에 대해 가르치는 ‘사회적경제학과’ 그리고 춤을 통해 타인과 소통하고 나를 알아가는 ‘몸플학과’와 젊은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를 학과로 개설한 ‘연애학과’까지 많은 학과의 강의안 발표가 이어졌다.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2시간 동안 발표가 진행되었지만 누구도 지루해하지 않았고 한 학과의 발표가 끝날 때마다 다양한 질문들을 던지면서 새롭게 생길 학과에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 총장후보 선출
 
신촌대학교는 사무국과 운영위원회 등 많은 부분에서 기존 대학 못지않게 조직 체계가 잡혀있지만 대학교를 대표할 수 있는 총장은 아직 선출되지 않았다. 신촌대학교는 학교의 총장을 SNS 투표 및 거리 투표를 통해 선출하고자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후보는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따라서 10차 준비모임에서는 총장 선거에 나갈 후보를 선출하고자 하였다. 특이한 점은 후보가 반드시 실존인물일 필요가 없다는 점이었다. 만화 캐릭터 혹은 영화 속 주인공도 모두 총장 후보로 나설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다양한 만화 캐릭터와 영화 속 주인공들이 총장 후보로 추천을 받았다.
 
총 14명의 후보 중에서 피터팬, 돈키호테, 고길동, 영화 ‘억셉티드’의 주인공 바틀비 게인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이 최종 총장 후보로 선출 되었다. 이 5명중 한 사람이 향후 SNS 투표 및 거리 투표를 통해서 신촌대학교의 총장으로 선출 될 예정이다.
 
#. 마무리
 
저녁 7시에 시작 된 준비모임은 10시가 넘어가도록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다들 지칠 법도 했지만 이후 진행된 현안 회의시간에도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새로운 교육을 꿈꾸는 이들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모임을 마무리하며 오늘 참여한 사람들이 신촌대학교를 한 단어로 정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저마다 ‘가치’ ‘열정’ ‘변화’ ‘혁명’ 등의 단어를 써낸 사람들의 표정에는, 신촌대학교가 가져올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담겨져 있었다.
 
◇사진=바람아시아
  
햇수로 대학을 5년째 다니고 있지만, 대학에서 배우는 내용이 실제로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들인지, 아니면 그저 취업을 위한 졸업장을 받기 위해 배우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이러한 고민을 가진 청년들이 적지 않다. 신촌대학교의 탄생이 기존의 대학 교육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우영희 기자 www.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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