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든 남에게 도움이 될 만한 1개 이상의 경험과 기술, 능력과 지식이 있다.’
이 문구는 오늘 취재하기로 한 지혜공유협동조합이 내세우는 슬로건이다. 문구만 봐도 이 협동조합이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지혜공유협동조합은 고양, 파주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끼리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며 가르치고 배우는 학습 공동체, 대화 공동체를 만드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고양시에서 오래 살아온 지역 주민으로서 누구보다 이 협동조합에 눈길이 갔다. 몇 번의 컨택 후 지혜공유협동조합과 연결된 모임 공간 북 카페 ‘서재’에서 조합원 한 분과의 인터뷰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북 카페 ‘서재’는 책과 음악을 즐기는 한 부부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작고 아담한 카페이다. 지혜공유협동조합은 모임 공간으로 다양한 북 카페들과 연결되어 있는데 ‘서재’도 그중에 하나다. 지혜공유협동조합에서 주관하는 행사나 강좌 외에도 매주 ‘서재’만의 인문학 강좌와 독서 모임이 열린다고 한다.
◇사진=바람아시아
◇사진=바람아시아
15분 정도 먼저 도착해서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보고 있자니 어느덧 오늘 뵙기로 한 분이 도착하셨다. 인자한 분위기를 풍기는 중년의 여성이었다.
안녕하세요. 오늘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네, 안녕하세요. 저는 두 아이를 대학에 보낸 전업주부이면서 자유롭게 글을 쓰는 프리랜서입니다.
지혜공유협동조합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나요?
유기농 식자재를 파는 ‘한살림’ 매장에 갔다가 지혜공유협동조합을 소개하는 팸플릿을 보게 되었어요. 그리고 관심이 생겨서 조합원 교육이 있는 날 참석하게 되었죠. 그곳에서 사람들과 만나고 얘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게 된 것 같아요.
지혜공유협동조합 회원으로 활동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6달 정도 된 것 같아요.
그렇다면 6달 동안 활동하면서 도움이 된 점들이 있나요?
우선 조합원들은 주변에서 개설되는 다양한 강좌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어요. 지혜공유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네이버 밴드가 있거든요. 밴드에 매주 업그레이드되는 공지들을 보고 관심 있는 강좌가 있으면 신청해서 들을 수 있어요.
정말 오만가지 강좌들이 개설되는데 저 같은 경우엔 평소에 발효음식에 관심이 많거든요. 마침 얼마 전부터 된장과 효소를 만드는 방법에 대한 강좌가 새로 개설돼서 들어봤는데 정말 유익하고 재밌더라고요. 가는 길이 멀긴 하지만 앞으로도 쭉 배우러 다닐 생각이에요. 운전도 연습할 겸.(웃음) 이렇게 관심 있는 강좌들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제게는 큰 즐거움인 것 같아요.
주로 혼자서 강좌를 들으러 다니시나 봐요. 조합원들끼리 연락이나 만남은 활발한 편인가요?
네, 주로 혼자 다니는 편인데 가끔은 남편이랑 같이 가기도 해요.(웃음)
사실 회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서 대면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요. 그래서 주로 지혜공유협동조합 밴드를 통해서 교류하거나 일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 독서모임을 통해 지속적으로 만나는 편이죠. 저도 꾸준히 독서모임에 나가고 있는데 회원들과 함께 좋은 책을 읽고 토론하면서 서로의 감상을 나눌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또 지혜공유협동조합에서 직접 주관하는 강좌를 들으러 가면 조합원들뿐 아니라 저처럼 공지를 보고 처음으로 온 여러 다른 사람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요.
요즘 다양한 협동조합이 생겨나는 추세인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자본주의사회에서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가 생산돼서 소비자에게 도달하려면 많은 유통과정을 거쳐야 하잖아요. 그런데 유통과정이 많으면 많을수록 소비자들은 먹거리든 공산품이든 그 생산물에 대해서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할 수밖에 없어요. 협동조합은 이런 중간 과정을 생략해서 생산자와 소비자와의 거리를 최대한 단축시켜준다고 생각해요. 생산자에게는 합리적인 이득이 돌아가게 하고 소비자에게는 합리적인 대가를 지불할 수 있게 해주는 거죠. 협동조합이 점점 늘어나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경제적 패러다임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지혜공유협동조합만이 갖는 장점은 뭐가 있을까요?
먼저 다른 협동조합들을 살펴보면요. 예를 들어, 농협 같은 경우 수협이든 축협이든 1차적으로 상품을 생산해낸 사람들을 주요 조합원으로 결성하고 효율적인 유통과정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잖아요. 확실한지는 모르겠네요. 그냥 제 생각이에요. 한마디로 어떤 생산물이 소비자에게 잘 유통될 수 있게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아요. 생산자와 소비자를 따로 보는 거죠.
이와는 달리 지혜공유협동조합에서는 지혜를 생산하는 모든 생산자와 지혜를 얻길 원하는 모든 소비자가 함께 상생하는 관계를 갖고 있어요. 어떠한 지식과 경험이든 우리 삶에서 필요한 지혜라고 생각되면 개방적으로 강좌를 열고 서로 배우고 나눌 기회를 주는 거예요. 그런 면에서 지혜공유협동조합은 아주 포괄적이면서도 세세한 것들까지 나눌 수 있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협동조합이라고 생각해요.
반대로 지혜공유협동조합이 갖는 한계점이나 보완해야 할 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솔직히 아직까지는 딱히 어떠한 한계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회원이 된 지도 얼마 안 됐고요. (웃음) 그래도 한 가지 말한다면 아까 말했듯이 강좌를 생산하는 생산자와 강좌를 수강하는 소비자가 따로 있지 않아요. 소위 요즘 말하는 프로슈머라고 할 수 있는데요. 프로슈머는 프로듀서와 컨슈머가 합성된 단어에요. 그래서 강좌를 생산하는 동시에 다른 이의 강좌를 수강할 수 있는 거죠.
그러다 보니 강좌의 종류, 내용이나 질이 근거리 지역주민들한테 한정되는 경향이 있어요. 또 협동조합의 특성상 적극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먼 곳에 있는 전문가들을 비싼 돈 주고 섭외하는 것이 쉽진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좀 더 지역 범위를 넓히고 전문 강좌들을 들을 수 있는 루트를 개발해서 강좌의 질을 높인다면 훨씬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저는 지금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지만요. (웃음)
마지막 질문인데요. 앞으로 지혜공유협동조합과 같은 협동조합이 더 잘 지속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특히 지혜공유협동조합과 같은 협동조합은 조합을 운영하는 소수 운영진들의 높은 도덕성과 희생정신이 꼭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처음에 순수한 목적으로 프로슈머들이 함께 결성한 공동체의 이념과 합리적인 소비를 행하게 하는 협동조합의 순기능이 변질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되면 기존 사회의 유통 체계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한계점과 문제점들을 피할 수 없겠죠. 결론적으로 운영진은 물론이고 모든 조합원들이 한결같이 도덕성, 희생정신,참여 정신으로 똘똘 뭉쳐서 협동조합을 운영할 때 그 협동조합이 추구하는 본래의 취지를 잘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인터뷰는 마무리됐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이었지만 지혜공유협동조합이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곳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지혜공유협동조합에서 진행하는 여러 프로그램들에 대해 전해 들었는데 ‘이런 것에 대해서도 강의를 하나’ 할 정도로 정말 다양한 강좌들이 존재했다. 아래 사진들은 그분이 챙겨오신 지혜공유협동조합을 소개하는 팸플릿이다.
◇사진=바람아시아
팸플릿을 보니 지혜공유협동조합의 주 교육사업은 ‘오만가지 시민 강좌’, ‘명사 특강’, ‘만담 카페’ 총 3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어른은 물론이고 어린이, 청소년 등 연령대별로 강좌가 다양했다. 12년 넘게 고양시에서 살았으면서 왜 이제야 이 협동조합에 대해 알게 되었나 싶다. 기회가 된다면 관심 있는 강좌 하나 정도는 꼭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서재’ 문을 나서면서 마지막으로 든 생각은, 앞으로 지혜공유협동조합과 같은 유익한 협동조합들이 꾸준히 생겨난다면 언젠가 고양시뿐 아니라 모든 지역 주민들이 서로 이웃처럼 따뜻한 정과 지혜를 나누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거였다.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