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연기자]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가 이르면 4월 '알뜰폰 허브사이트'를 구축한다. 대기업 계열사와 이통 자회사, 우체국 위탁판매 사업자들이 대거 참여하지만 일부 영세업체들은 운영비 부담으로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프라인에서 우체국 판매망 효과를 직·간접 경험한 중소업체들은 허브사이트를 통한 유통활로 개척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협의 과정에서 늘어난 소요예산을 감당할 수 없어 일부는 자진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허브사이트 판매에 참여하기로 한 업체는 15~17개 정도로 대개 한국알뜰통신사협회(KMVNO) 회원사들이다. 우체국 위탁판매 사업자 대부분이 포함돼 있으며, 그동안 우체국 판매를 하지 못했던 대기업 계열사나 이통 자회사들도 허브사이트 판매를 하게 된다.
새로운 참여자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점에 대해 영세업체들은 "비용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답했지만 일각에선 "역량에 따라 지속가능한 사업자들의 가닥이 잡혀가고 있는 것"이란 시각도 제기됐다.
허브사이트에 참여하려다 하차를 결정한 A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재작년 사이트 구축이 처음 논의될 당시와 비교해 소요예산이 몇 배로 늘어나 우리처럼 가입자수가 적은 상당수 중소업체들에겐 부담이 매우 컸다"며 "허브사이트를 통한 판매효과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지만 대형 사업자 대비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판단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빠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허브사이트가 단순한 정보제공포털이 아닌 판매망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정보보호 이슈와 상거래법 등이 적용되고 시스템 개발 범위도 넓어져 비용이 3배 가량 뛰었다"며 "자율적인 판단 하에 불참하기로 했지만, 초기 논의된 저렴한 비용으로도 소기 성과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영세업체들이 빠지게 돼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B 업체 관계자는 "정부 주도로 허브사이트가 구축되는데 어떻게 안할 수가 있겠나"라면서도 "수천만원 단위의 구축비용과 매월 운영비가 발생하기 때문에 회사 상황을 고려하면 안맞는 옷을 입은 듯 불편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래부에 따르면 허브사이트 구축비용은 사업자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다. 대기업이 가장 많은 비용을 부담하고, 일부 우체국 판매업체가 나머지를 부담, 구축비를 내기 어려운 중소업체들은 운영비만 부담하는 식이다. 운영비는 업체 규모와 관계없이 판매수익에 따라 결정된다.
이에 따라 모든 사업자들에게 최대한 참여 기회를 열어주고, 오프라인의 우체국만큼 효과적인 온라인 판매채널을 지원해주겠다는 것.
허브사이트 판매에 참여하기로 한 중소업체들은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해볼 만하다는 입장이다.
C 업체 관계자는 "알뜰폰이 커가는 시점에 정부가 나서서 홍보를 지원해준다면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꼭 해야한다고 생각했다"며 "판매실적과 마진 조율을 통해 비용 리스크를 줄여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검증된 사업자들이 들어와 믿을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최선이다. 다만 자생력이 약한 업체들도 이번 정부 지원을 통해 가입자 확대의 발판을 마련하길 기대했지만 우체국에 이어 허브사이트 판매에도 동참하기 힘들어졌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사업자간 격차가 커지는 악순환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쯤이면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업체군이 어느정도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며 "자금여력이 안돼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할 수 없거나 사업의지가 달리는 사업자들까지 정부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안고 가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 20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아이즈비전 회의실에서 알뜰폰 활성화를 주제로 '제2차 ICT정책 해우소' 토론회를 개최했다. 최재유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이 토론회 참석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자료=미래창조과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