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싱가포르 건국의 아버지인 리콴유 전 총리가 향년 91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23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총리실은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는 리콴유 초대총리가 이날 새벽 3시 18분 싱가포르 종합병원에서 편안하게 사망했음을 알린다"며 성명을 발표했다.
◇아시아의 진정한 거인..전세계 애도 물결
로이터통신은 리콴유 싱가포르 전 총리에 대해 "영국의 식민지에 불과했던 작은 섬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로 탈바꿈시켰다"고 평가했다.
그의 아들이자 3대 총리인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그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지도자 중 하나였으며 싱가포르를 위해 헌신했다"고 밝혔다.
세계 지도자들의 애도도 잇따랐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싱가포르의 국부인 그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영감을 불러일으킨 지도자 중 한 명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싱가포르 국민과 정부에 위로를 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성명에서 "그는 싱가포르의 아버지이며 아시아의 위대한 전략가로 기억될 것"이라며 "역사의 진정한 거인이었다"며 위로를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리콴유 전 총리는 중국 인민들의 오래된 벗"이라며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전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리콴유 싱가포르 전 총리는 건국의 아버지이며 번영의 초석을 만든 아시아의 위대한 리더였다"며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를 세우고 일으킨 '건국의 아버지'
리콴유는 영국의 식민지였던 작은 마을을 세계적인 무역과 금융의 중심지로 만든 국부(國父)였다. 동시에 싱가포르의 초대 총리로 반세기 이상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던 정치인이었다.
그는 반 세기만에 싱가포르를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에 달하는 부유한 국가로 만들었다. 특히 1959년 총리 취임 후 리 전 총리가 추진해온 깨끗하고 효율적인 정부, 기업 친화적인 경제정책, 사회질서의 확립, 세계적인 대기업 투자와 자본유치는 싱가포르 생활 수준을 단기간에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끌어올리는 핵심정책이었다.
이는 아시아 주요국의 발전 모델이 되었고 한국 역시 이를 모델 삼아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많은 신흥국들이 부패를 통제하지 못하거나 영토가 너무 커서 실패하기도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진단했다.
경제적 업적에 비해 정치적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 중 하나지만 인권단체로부터는 비판을 받는 나라 중 하나다. 선진국 수준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지만 민주주의와 서구에서 일반화되고 있는 자유 중 일부는 싱가포르 내에서 인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싱가포르의 리 총리 집권시절 정기적으로 자유 선거가 실시되고 있지만 공공집회는 금지되고 시민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어 야당의 탄생을 막아왔다고 WSJ는 지적했다. 심지어 싱가포르에는 '껌 판매 금지'도 규칙도 있어 '과보호 국가'라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에 리 총리는 "동양의 유교문화에 서양의 민주주의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특히 싱가포르와 같은 (역사가 짧은) 젊은 나라는 민주주의가 개인의 자유를 접하기 이전에 안정적인 경제발전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보여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