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국내 제약사들이 발기부전과 조루를 한번에 치료하는 복합제 개발에 착수했다. 두 질환을 동시에 가진 환자가 많아 '제2의 비아그라' 열풍을 일으키겠다는 포부다. 기존 발기부전치료제들과 경쟁이 불가피 시장에 판도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2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건일제약은 발기부전치료제 '시알리스(성분명: 타다라필)'와 조루치료제 '컨덴시아(클로미프라민)'의 상호작용을 평가하기 위한 임상 1상을 지난 25일 승인받았다.
◇(시계방향)한국릴리 '시알리스', 씨티씨바이오와 제일약품 '컨덴시아', 한국얀센 '프릴리지', 한국화이자 '비아그라'(사진제공=각사)
건일제약 관계자는 "2017년에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시장의 요구가 높아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성분은 약간씩 다르다. SK케미칼은 '엠빅스(미로데나필)'와 '프릴리지(다폭세틴)', 씨티씨바이오는 '비아그라(실데나필)와 컨덴시아, 동아에스티는 '자이데나(유네나필)'와 프릴리지를 각각 결합했다.
이들 약물은 발기부전과 조루를 한알의 복합제로 치료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세계남성과학회에 따르면 발기부전 환자의 50%는 조루를 동반하고 있고, 조루 환자의 57%가 발기부전을 가지고 있다.
업계에선 과연 복합제가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지 관심도가 높다. 복합제의 마케팅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 더 초점을 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발기부전과 조루 치료제는 모두 성생활에 직결돼 환자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해피드럭'이다. 하지만 시장 규모는 첨예한 차이가 난다. 발기부전치료제가 1000억원대 시장을 형성하는 데 반해 조루치료제 시장은 30억원대에 그치고 있다.
조루치료제 시장 부진에 대해 한 비뇨기과 전문의는 "발기부전은 약을 먹지 않으면 성관계가 불가능하지만 조루는 사정지연 효과여서 약 복용이 필수적이지 않은 데다가 음주나 마취제 등 대체 요법까지 많기 때문"이라며 "사정지연을 위해 들여야 하는 비용 부담과 환자들의 질환으로서 인식 부족도 요인"이라고 말했다.
조루만 가진 환자는 치료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특성 때문에 복합제의 시장 타겟은 발기부전을 필수요건으로 갖는다. 발기부전만 또는 조루증을 동시에 가진 환자가 목표인 셈이다. 기존 발기부전치료제들과 경쟁이 불가피한 부분이다.
관련 업체 관계자는 "기존 발기부전치료제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아 오겠다는 계획"이라며 "복합제를 계기로 조루치료제 시장도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격이 관건이다. 발기부전치료제 시장 판도는 가격 경쟁력이 좌우했다. 대표적으로 한미약품이 '팔팔'로 저가정책을 내세우면서 시장을 석권했다. 팔팔의 가격은 1정에 2500~3000원선으로 '비아그라' 1만1000~1만2000원선보다 저렴하다. 비싼 가격에 비용부담을 느꼈던 소비자들이 팔팔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해피드럭은 적정한 가격이 구매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복합제가 고가의 가격을 형성하면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의 비뇨기과 전문의는 "기존 발기부전치료제 가격에 1000~2000원가량 더 받는다면 처방할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