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주식 투자로 큰 돈을 잃은 경험이 있는 대기업 A과장(38세,남)은 최근 다시 증권사 지점을 찾았다. 얼마 전 직전 회사 입사 동기인 B씨(40세, 남)가 모바일 관련주에 투자해 500만원이던 평가잔액이 수 십 배로 불어났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월 100만원을 꼬박꼬박 은행에 넣는다 해도 2%도 안 되는 이자를 보니 오히려 손해라는 생각만 든다. 결국 A씨는 은행에 넣어 둔 예금을 해지한 뒤 이튿날 홈트레이딩시스템(HTS)를 통해 관심 종목을 매수했다.
◇'주식참여계좌 '사상최대'..저금리에 투자대안 '부상'
초저금리에 직장인은 물론 주부 등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 예탁자산이 10만원을 넘고 6개월 동안 한 차례 이상 거래한 주식활동계좌수가 지난 2일 2048만9325개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에는 2050만개를 넘었는데 이는 사상 최고였다.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개미투자자들이 늘었다는 얘기다. 증시대기자금으로 불리는 투자자예탁금도 19조2243억원을 기록, 연일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저금리때문이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75%로 내린 이후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게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이 주식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대형증권사의 PB팀장은 "최근 계좌 개설이 용이해진데다 저금리에 투자대안으로 주식이 떠오르면서 계좌를 개설하는 움직임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다만, 고액의 큰 베팅보다는 소액의 투자를 시작해려는 개인들이 많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중소형주 랠리는 개미투자자의 참여를 이끄는 촉매역할을 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글로벌마켓 선임 연구원은 "중국이나 미국, 한국 모두 나스닥이나 차스닥, 코스닥이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펀드나 은행상품에 비해 주식은 소액으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을 수 있기때문에 중소형주는 개인투자자들이 특히 선호하는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뒷북투자는 아냐..과열 부담되면 ELD·ELS도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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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투자참여와 대내외 호재에 힘입어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연일 기록 행진을 이어가자 증권가에서는 증시 과열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대내외 환경을 고려할 때 근거없는 상승은 아니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글로벌 유동성 흐름과 기업 성장성 또는 수익성 지표가 주가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경민 대신증권 글로벌마켓 선임 연구원은 "지수가 오르긴했지만 테마주를 피한다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도 적정 수준의 성과는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 투자 열기가 과하다는 점은 경계해야한다. 그 조짐은 신용잔고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지난 1일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돈을 빌려 투자한 신용융자 규모는 6조5679억원으로 연일 증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시장정보팀 관계자는 “증시자금 흐름을 파악하는 지표 중 투자예탁금이나 CMA등이 늘어나면 긍정적인데 반대로 신용융자잔고는 리스크가 있는 지표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과열 분위기를 우려하는 경우라면 ELS(지수연계증권)와 ELD(지수연계예금) 등 원금보장형 금융상품도 투자할 만하다. 이재규 외환은행 남가좌동 지점장은 "은행에서도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고객들은 저금리에도 예·적금을 선택한다"며 "50대 이하 자산가들은 주로 지수나 종목에 연계되는 주가연계상품(ELS)이나 주가연동예금(ELD) 등 지수연동형 상품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지수연동형 상품은 고위험에 비해 수익률은 낮지만 어느 정도 수익을 확보하고 위험을 낮추고자 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우리은행의 WM센터장도 "금리가 아무리 낮아도 은행 예금은 원금이 보장되지만 주식은 일확천금의 기회도 있지만 반대로 전체를 잃을 수도 있다"며 "투자성향과 자금사정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