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코스닥 과열을 논하기엔 이르다고 봅니다. 이달 중순 코스닥 상장사들의 1분기 실적이 드러나면 지금까지 코스닥이 왜 올랐는지 이해될 겁니다."
김재준 한국거래소 코스닥위원장(부이사장, 사진)은 지난 3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코스닥 과열 우려에 앞서 먼저 상장사의 '실적'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은 항상 기대에 부응해 오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1분기 실적은 최근 코스닥지수 상승의 배경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최근 6년간 500~550선에 갇혀있던 코스닥지수가 650대까지 오른 것만 보고 '급등' 평가가 나오는 것이 일견 이해는 되지만 사실 수평에서 고개를 조금 든 정도에 불과합니다. 1분기 실적은 그걸 설명해 줄 것으로 봅니다."
불신 요인이 사라졌고 산업의 다양성이 더해진 코스닥시장은 과거와 달리 봐야 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 '부품주시장', '유가2중대'로 봐서도 안 된다고 했다.
◇'유가2중대'는 옛말..코스닥 중장기 트렌드는 '우상향'
김 위원장은 우선 코스닥의 체질이 튼튼해졌다고 강조했다. 과거와 달리 왠만해서는 시장이 흔들리지 않을 만큼 경쟁력 있는 업종이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대주주배임횡령이나 상장폐지, 불성실공시 등 코스닥 불신요인은 2013년 이후 큰 감소 추세에 있습니다. 코스닥 대부분을 차지하던 부품주를 대신해 핀테크나 게임, 바이오, 헬스케어와 같은 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전방산업이 무너지면 따라서 무너지던 과거 위험은 사라졌죠."
실제 코스닥시장의 부품주 비중은 현재 40%에 불과하다. 대신 같은 비중(40%)을 산업을 이끄는 산업이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다양성을 가진 새 축은 코스닥의 중장기적 발전을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저금리 기조 속 금융당국의 정책방향이 시장에, 특히 코스닥 시장에 우호적이라는 점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라고 했다.
"코스닥의 중장기 트렌드는 우상향입니다. 중간중간 오르고 차익실현하는 과정에서 지수 변동성은 있을 수 있겠으나 시장 자체가 상당히 구조적으로 정리돼 가고 새 경제를 이끌 다양한 산업이 주로 코스닥에 모여 있어 자신감도 상당합니다."
다양성을 기본으로 한 미국의 발전을 우리 증권시장과 연관짓기도 했다. "인종의 다양성을 통해 지역발전을, IT(정보통신), BT(바이오기술), CT(문화콘텐츠) 등 획일적이지 않은 산업의 다양성으로 전반의 발전을 이룬 미국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다양성이 상실된 시장에선 발전도 쉽지 않죠."
이제는 국내 산업의 다양성에도 주목할 때라고 김 위원장은 설명했다. 앞서 목표로 제시한 연내 코스닥 상장 100개 달성은 그래서 더 자신있다고 했다.
"신규상장 기업을 발굴하기 위해 직접 다녀보면 전에 없던 사업모델을 가진 기업이 눈에 많이 띕니다. 그만큼 거래소가 해야 할 일도 늘어난 것이지만 업종의 다양성으로 자본시장의 다양성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큽니다."
상장 준비 중인 옐로모바일과 같은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아직 상장 신청 이전 상태라 거래소가 예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거래소는 상장요건에 부합하는지, 일부 우려처럼 투자자보호나 기업의 지속성에 해가 될 지 여부 등을 꼼꼼히 살피겠다는 방침이다.
◇5월 코스닥 시장 상장 붐..투자주체 다양화는 과제
거래소는 오는 5월 이후 몰릴 상장기업을 맞을 준비에 한창이다.
"기업입장에서 상장은 경사죠. 당장 내달부터 상장기념식이 줄줄이 예정돼 있는데 기업이 다양한 만큼 상장기념식도 특색에 맞게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오는 9일 큐브엔터테인먼트 합병식엔 비스트와 포미닛의 팬사인회도 예정돼 있습니다."
실제 최근 상장기념식에는 기업이 기반을 둔 지역의 국회의원이 와서 축사를 하거나 전직 국무총리 등이 참여하는 일이 많아졌고, 엔터테인먼트사 상장이 늘면서 팬사인회나 공연을 하기도 한다. 큐브엔터테인먼트 이달 우리스팩2호와 합병해 상장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빠듯한 연내 상장 일정에 대한 과부하 우려는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부담스러운 목표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100개가 많은 것이 아니라 그동안이 너무 적었던 겁니다. 연내 100개 달성을 목표로 둔 만큼 100개 넘는 상장일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면 외국인과 기관의 코스닥 시장 유인이라는 설명이다.
"미국은 기관투자 비중이 주식시장 전체의 50%를 넘는 반면 우리나라는 16% 밖에 안 됩니다. 기관투자 비중을 높여서 시장이 중장기적이면서 안정적으로 갈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말이죠. 과거 80년대 말 90년대 초 기관투자 육성은 정책 테마였는데 그때보다 비중이 줄어 아쉬운 게 사실입니다." 기관투자의 육성은 물론 외국인 등 투자주체 다양화는 코스닥, 유가증권시장을 떠나 자본시장의 중장기적 발전을 위해 최우선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거래소는 자체적인 유인책을 쓰기로 했다.
"이번 주 자산운용업계 CEO 초청간담회가 예정돼 있습니다. 자산운용사가 코스닥 중소형주 펀드를 적극 설정해 내놓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려 합니다. 외국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도 강화할 방침입니다."
거래소는 매년 가을 한 차례씩 홍콩과 싱가폴에서 코스닥 IR을 개최하는데 내년부터는 횟수를 좀 더 늘리기로 했다. 코스닥 영문 공시 사이트도 확대 개편했다. 코스닥 시황은 물론 종목 상장 계획이나 개별기업 보고서 등을 모두 영문으로 공개한 사이트로 이미 개별 증권사 국제영업부서의 협조를 얻어 해외 고객에게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