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재테크, 日서 배운다)③저금리엔 임대형 부동산 투자

日 버블 붕괴 후 임대형 개발·리츠 등 수요 ↑
한국과 일본 경제구조 유사..임대수요 확대 주목

입력 : 2015-04-17 오전 11:25:12
[뉴스토마토 김보선기자] 일본 경제백서는 1993년 버블에 대해 "공짜 점심은 없다.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는 없다"고 정의했다. 
 
버블 안에 있을 때는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고 이익을 보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번 터지면 경제적으로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뜻이다. 1980년대 도쿄 땅을 전부 팔면 미국 땅을 전부 살 수 있다는 말이 통할 정도였던 일본의 부동산 버블은 잃어버린 20년을 초래한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남의 이야기 같지 않게 들리는 것은 우리나라가 인구와 경제 구조상 일본을 많이 닮은데다 현재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버블 전후로 일본의 부동산 시장 변화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찾아야 하는 이유다. 
 
◇부동산 불패 신화 끝..일본을 봐라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고, 초저금리가 당분간 지속된다면 필요 이상 집을 사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부동산 중개업체 관계자는 "전세금을 몇 억을 받아봐야 받는 이자는 고작 월 몇 십만원이니 차라리 월세를 받겠다는 주인들이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전셋값이 수십 주 연속 오름세를 지속하고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을 보면 이 같은 흐름은 더욱 확실해진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일본 상업지가격지수는 1991년 199.5, 주택지가격지수는 126.1까지 상승해 정점에 도달한 후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2012년에는 상업지가격지수와 주택가격지수 등을 합한 평균 시가지가격지수가 54.2까지 하락, 1970년대 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실제 2000년 이후 임대주택과 오피스빌딩을 중심으로 수요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특히 2000년 후반 들어서는 도쿄와 요코하마, 와카 등 대형빌딩의 공급을 중심으로 1만평이 넘는 오피스 공간이 공급됐고 임대료 역시 상승세를 지속했다는 분석이다.
 
구체적으로 구도심 재개발(도쿄 미드타운), 복합 쇼핑몰 개발(미쓰이부동산) 등이 대표적인데 미쓰이부동산의 오피스 임대 수익률은 3% 이상으로 일본에서는 매우 매력적 수준이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버블 붕괴를 겪은 일본이 2000년대 들어 기업형 임대사업의 성장이 두드러졌는데, 한국과 인구나 경제구조가 비슷하다는 점은 긴 흐름에서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국의 자산시장이 1990 년대 일본과 같은 궤적을 그릴 수도 있어(자료=Japan Real Estate Institute, KB은행, 하나대투증권)
 
◇ 부동산 임대사업 성장에 주목
 
일본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시장의 확대는 부동산 가격 상승에 기여했다. J-리츠(REITs)나 부동산 사모펀드에 의한 물건 취득이 활발해져 부동산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리츠는 주식회사 형태로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모아 자산의 70% 이상을 부동산에 투자·운용하고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을 배당하는 부동산간접투자 기구로 공모형과 사모형으로 나뉜다.
 
노희순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일본의 경우 부동산 금융상품 개발로 인해 부동산이 자금시장의 일부로 편입됐다"며 "부동산 시장에 개인투자자부터 국내외 투자자까지 자금 유입이 증가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실제 지난 2006년 기준 증권화 대상이 된 부동산이나 그 신탁수익권은 약 7조8000억엔으로 전년대비 증가율이 10%를 웃돌았으며 누적으론 33조엔에 달했다고 한다. 
 
국내 부동산전문가들은 한국과 인구나 경제구조가 비슷한 일본 부동산 시장을 국내에 비춰봐야한다고 강조한다. 
 
소재용 연구원은 "일본은 2008년 기준 전체의 약 36%가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이중 약 78%는 민간 운영에 살고 있다"며 "저성장·저물가, 1~2인 가구 증가, 고령화로 임대사업 성장의 환경이 조성됐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정부는 주택 거래를 살리는 데 맞추고 있지만 1인가구와 고령화 가구가 늘어나는 구조를 고려해 임대수요 흐름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큰 손들 부동산투자, '리츠'에 몰려
 
◇상품별 수익률 추이(단위:%, 자료=한국리츠협회)
 
이미 국내에서도 일본과 같은 형태의 부동산 투자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부동산으로 큰 돈을 벌었던 고액자산가들이 일본에서 성행했던 리츠에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부동산은 투자자산이 실물자산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으로 가치가 떨어졌을 때 위험이 낮고,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는 투자수단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연구원도 "국내 부동산은 단기에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시세차익보다는 운용수익을 거두자는 쪽으로 시장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고 그 중심에 다가구주택, 오피스텔, 상가 등이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리츠시장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활성화돼 있다. 현재 미국(682조원)이 시장 규모가 가장 크며, 일본(55조원), 싱가폴(42조원), 홍콩(23조원), 한국(2000억원) 등의 순이다.
 
국내에서도 리츠는 2005년 12개에서 지난해 98개, 자산규모는 1조7000억원에서 15조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다만, 기관에 비해 개인들이 투자하기에는 제약이 많다는 지적이다. 
 
라 연구원은 "올해 1월 최초로 개인을 대상으로 공모한 공공임대리츠 3호의 p-ABS 중 200억원이 일주일 만에 완판되는 등 개인투자자의 관심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투자대상과 구조도 다양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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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