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17일 서울 서소문 공원에서 열린 ‘7017프로젝트’ 현장시장실. 박병두 서울역고가공원 반대협의회 대변인은 박원순 시장에게 “남대문시장이 죽어가고 있다. 도로가 없어지면 더 나빠질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도로가 없어지면 경제가 안 좋아진다. 1970년대 산업적으로 필요해서 고가도로를 만들었다”며 고가도로 유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 말대로 고가도로는 산업화·근대화 시대 상징이었다. 1970~1980년 서울의 발전과 늘어나는 차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가도로들이 많이 생겼다. 이들은 차량소통에 큰 역할을 했었다.
하지만 고가도로의 역할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약해졌다. 도로망이 확장되고 교통 시스템이 발전하면서 고가도로가 없어도 원활한 차량소통이 가능해졌다. 서울시는 2000년대 후반 신설·노량진·혜화 등 8개 고가도로를 철거했다. 이들 고가도로와 연결된 21개 도로 중 15개 도로의 차량 평균 통행속도가 빨라졌다.
고가도로는 산업화·근대화의 상징에서 보기 흉한 외관과 지역간 소통을 단절시키는 흉물이 됐다.
최근에는 도로를 줄이면 교통흐름이 더 좋아진다는 이론이 주목 받고 있다. ‘브라에스 역설’은 도로를 없앨 경우 교통량이 줄거나 분산되면서 전체 교통흐름은 더 좋아진다는 것이다.
뉴욕시가 도심 도로를 폐쇄하고 타임스퀘어 광장을 만든 후에도 차량 소통에 문제가 없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브라에스 역설’은 유명해졌다. 현재 세계 주요 도시의 교통 정책에 적용되고 있다.
서울역고가공원화 사업도 ‘브라에스 역설’을 근거로 하고 있다. 서울시 조사결과 서울역 고가도로를 이용하는 차량 5만대 중 40%(2만대)만이 남대문시장 등을 들리는 차량이다. 60%(3만대)는 서울역을 건너는 통로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 3만대는 퇴계로, 세종대로, 한강대로를 통해 고가도로를 이용한다. 만약 고가도로가 사라진다면 주변 도로 차량도 그 만큼 감소하게 되는 셈이다.
서울시는 차량통행이 줄어든 만큼 도로에 편의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왕복6차선인 퇴계로를 5차선으로 줄이고, 포켓주차장을 설치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고가도로보다 편의시설이 남대문시장 고객 유입에 더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박 시장은 이날 현장시장실에서 “전문가들은 교통 문제가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도심 낙후 문제의 본질적인 해결책은 보행로 등 접근성을 강화해주는 것이다. 이 것이 고가공원화 사업의 철학이다”라고 설명했다.
고가도로 철거 후 차량소통이 원활해진 사례와 서울역고가도로는 성격이 다르다는 반론도 있다.
박병두 대변인은 “서울역 고가는 아현고가나 옥수고가처럼 교차로가 지나가는 도로가 아니고 하루 7만대가 오가는 산업도로”라고 설명했다. 철거된 고가도로들은 교차로 소통 역할을 했지만 서울역고가도로는 서울역과 철로로 단절된 동쪽과 서쪽 지역을 이어주고 있다.
서울역고가도로가 사라지면 반대쪽에서 오는 고객과 주문이 줄어들어 남대문상인들과 주변 봉제업자들의 생계가 어려워 진다는 것이다.
서울시 분석에 따르면 고가도로가 사라질 경우 반대 지역까지 가는 시간은 출퇴근 시간 7분, 평소 3~4분 지연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시는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 구역에 대체도로 건설을 약속했다. 다만 북부역세권 개발은 코레일과 민간투자자가 참여하기 때문에 대체도로가 확정되지 않았다.
박 시장은 “민간투자자가 우선 정해지고 나면 대체도로를 쉽게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7일 서소문근린공원 '현장시장실' 행사에서 서울역고가공원 반대 주민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