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서린사옥 전경.(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SK그룹이 지주회사인 SK㈜와 SK C&C간의 합병으로 그간 최대 숙제로 남아 있던 지배구조 문제를 매듭지었다. 더 이상 지배구조 문제에 발목 잡히지 않고, 현재 위기를 정면 돌파해 미래 성장에 매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SK그룹의
SK(003600)㈜와
SK C&C(034730) 각 사는 20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SK㈜와 SK C&C를 합병한다고 발표했다. 합병 회사는 순수지주회사에서 기존 SK C&C의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지주회사로 변모하게 된다.
이번 합병은 SK그룹이 지난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꾸준히 지적받아 온 옥상옥(屋上屋) 구조를 해소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 C&C의 지분율(32.9%)를 통해 SK그룹 전체를 지배해 왔다.
SK C&C가 그룹의 실질적 지주사인 ㈜SK 최대주주(31.8%)이고, ㈜SK가 다시 여타 계열사를 거느리는 구조였다. 최 회장과 지주사 사이에 SK C&C가 끼어있던 셈이었다. 때문에 시장과 시민사회 등에서는 SK의 기형적 지배구조에 대해 줄기차게 문제 제기해 왔다.
하지만 양사의 합병 결정으로 SK그룹는 지배구조 문제에서 자유로워졌다는 평가다. '최태원 회장→ SKC&C→SK㈜→ 사업자회사'에서 '최 회장→합병회사→사업자회사'로 지배구조가 단순해졌기 때문이다.
SK그룹 관계자는 "날로 악화되는 경영환경에서 그간 지적 받아왔던 옥상옥 지배구조 문제 해결을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며 "가장 친 시장적인 안으로 합병을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SK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은 최근의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도 나온다. SK그룹은 수장인 최태원 회장의 경영공백이 장기화 되고 있는 가운데 주력 계열사들이 실적 악화로 위기상황에 직면했다.
그룹의 캐시카우인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지난해 1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연간으로 적자전환을 기록한 것은 무려 37년만이다. 미국 셰일가스라는 새로운 경쟁 에너지 출현과 중동 산유국이 가격하락에도 생산을 늘리는 등 경영환경이 급변한 탓이다.
SK그룹 안팎에서는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이 미흡했다는 평가가 줄을 이으면서 그룹 내에서도 위기감이 팽배해졌다. SK그룹 조차 "이번 위기는 최태원 회장의 경영공백 장기화와 주력사업의 '게임 룰'의 전면적인 변화 등에 적기 대응을 하지 못해 발생한 것"이라고 인정할 정도다. 문제는 SK이노베이션 등 주력 계열사들이 처한 경영환경 악화가 향후에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SK그룹 관계자는 "현재의 지배구조로는 위기 극복 및 미래 경쟁력 확보에 한계가 있는 만큼,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해 지배구조 혁신안을 선택했다"면서 "단순하고 효율적인 지배구조를 통해 같은 위기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효율정인 의사결정을 통해 위기 상황을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번 합병으로 태어난 합병회사는 ICT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지주회사 형태로 바뀌게 된다. 따라서 SK C&C의 적극적인 신규사업 개발 및 글로벌 진출 역량과 SK㈜가 보유한 인적·물적 역량과 포트폴리오 관리 역량이 결합될 것으로 보인다. 또 사업자 회사들의 글로벌 네트웍을 통한 해외 진출 등 시너지 창출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SK는 이번 합병으로 일자리 창출형 사업인 ICT 사업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 C&C 인력규모는 2005년 말 2019명에서 2010년 3451명, 지난해 말에는 4063명으로 증가했다. 협력업체도 2005년 459개에서 지난해 말 618개로 늘었다.
SK그룹 관계자는 "무형적으로는 여론이나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제기해 온 지배구조혁신에 대한 요구를 기업이 수용함으로써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신뢰성을 키울 수 있게 됐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