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잃고 외양간 고칠까..유럽, 이주 난민 지원안 10개 수립

순찰활동 강화·리바아 밀입국 단속 철저..정착촌 5000곳 설치
정치권, 국민 눈치 보느라 난민 예산 증액 꺼려

입력 : 2015-04-21 오후 2:44:05
지중해에서 잇따르는 난민선 침몰로 수백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유럽연합(EU)이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EU가 계획대로 지중해에서 익사하는 이주민 수를 줄이고 불법 이민을 예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U, 수색· 구조작업 확대..10개 행동안 마련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EU 28개 회원국 외무장관과 내무장관들은 룩셈부르크에서 특별 합동회의를 열고 지중해 난민에 대한 수색·구조작업 능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리비아 해안 인근에서 난민을 태운 보트가 침몰해 최대 700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EU국들 사이에서 특별 조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이날 예정됐던 룩셈부르크 외무장관 회담에는 난민 문제를 맡고 있는 내무장관들도 함께 자리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사진=로이터통신)
 
EU 장관들은 장시간의 회의 끝에 '10포인트 행동 계획안(10-point action plan)'을 마련했다.
이 안에는 밀입국을 가능케 하는 네트워크를 차단하고 해상 구조활동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중해 순찰 빈도수를 늘리는 안도 눈에 띈다. 그 동안 EU는 국제사회로부터 구조활동이 너무 제한적인 범위에서 진행한다는 비난을 샀다.
 
장관들은 또 난민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유럽 내 5000곳에 난민 정착촌을 설치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생명에 위협을 받는 난민만 받기로 했다. 경제적인 이유로 이주한 난민은 보호 대상에서 제외됐다.
 
불법 이주 브로커에 대한 단속도 강화된다. 특히, 리비아 내전을 틈타 밀입국을 조장하는 업자들을 강하게 단속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정부 추산에 따르면 이탈리아로 넘어오는 난민의 91%가 리비아에서 출발한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번 회의가 EU 각국의 양심을 일깨우는 전환점이 됐으면 한다"며 "우리는 그 동안 다시는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는 말을 공허하게 되뇌어 왔다"고 언급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탈리아는 혼자가 아니다"라며 "난민 구조 활동에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U, 난민 활동 미흡..각국 정치권, 눈치보기에 급급 
 
이처럼 10가지 행동 계획이 마련됐으나,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지적했듯이 EU는 말만 그럴 듯 하게 할 뿐, 실제 난민 구조 활동에는 미흡한 모습을 보여왔다.
 
EU는 지난해 11월 이탈리아 해양구조 작전인 '우리들의 바다(mare nostrum)'를 중단시키고 '트리톤(Triton)'을 시작했다. EU는 이탈리아 해안을 중심으로 불법 이민자를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트리톤이 '우리들의 바다'보다 소규모로 진행된 탓에 난민 문제는 오히려 심화됐다.
 
이탈리아 정부가 EU 당국에 난민 예산을 매달 300만유로로 증액해야 한다고 촉구했으나, 이는 번번히 거절당했다.
 
자국 국민들의 눈치를 보느라, 난민 문제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정치인들도 난민 문제를 키웠다.
 
몇몇 EU국들은 반이민 정서가 확산된 마당에 난민 관련 예산을 늘리면 표를 얻지 못할까 두려워 눈치만 보고 있다.
 
이번 회의 때도 EU 각국은 이주 난민이 심각한 문제로 부상했다는 점에선 의견 일치를 이뤘으나, 예산을 정하는 데는 실패했다.
 
토마스 드 메지에르 독일 내무장관이 이날 회의에서 "트리톤에 매달 290만유로의 예산을 책정해야 할 것"이라며 운을 띄웠다. 그러나 디미트리스 아브라모풀로스 EU 이민담당 집행위원은 "구체적인 수치를 논의하기엔 너무 이르다"며 추가 논의가 이뤄지는 것을 가로 막았다.
 
◇기관들 "특별 조치 필요해"..세이브더칠드런 "난민 문제는 정치인 탓"
 
EU가 예산을 두고 다투는 동안 국제 기관과 종교단체들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난민 문제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호소했지만, 유럽 국가들은 귓등으로 들었다"며 "국제사회의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프란치스코는 중동 정정불안에 경제난이 겹치면서 이주민이 속출하자 난민 문제 해법이 필요하다고 거듭 주장해왔다.
 
실제로 지난해 21만9000명의 난민이 바다를 건너다 3500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올해는 벌써 1600명이 바다에 빠져 숨졌다.
 
아울러 지난 1~2월 동안 유럽 이민 길에 오른 난민 수는 전년 동기보다 4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스틴 포사이스 세이브더칠드런 대표는 "지중해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은 단순히 사고가 났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정책이 잘못됐기 때문” “죄 없는 아이들과 그 가족들이 정치인들의 과오 탓에 얼마나 더 죽어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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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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