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탑텐, 스파오)
국내 청바지 판도가 바뀌고 있다. 게스, 리바이스 등 외국산 고가 브랜드가 각광받던 시절은 지고 실속형의 중저가 SPA 청바지가 인기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의 스파오,
신성통상(005390)의 탑텐 등 SPA 의류업체들은 올 들어 1~5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의 청바지를 대거 출시하고 있다. 자체 생산과 유통을 통해 중간 마진을 줄여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의 상품을 내놓고 있는 것.
이들 브랜드는 가격 부담은 낮추면서도 젊은층 수요에 맞춰 유행에 맞는 디자인을 잇단 출시하며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만원대의 청바지를 내세운 이랜드의 SPA 브랜드 스파오의 판매세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말 출시한 1만2900원의 '129 저스트진'은 최근 3차 리오더까지 들어갈 정도로 빠른 시간에 팔려나가고 있다.
해당 제품은 출시 이후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15만장 이상 판매된 상태다. 이랜드 관계자는 "129진 제품은 계속해서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물량이 부족해 3번째 리오더를 진행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앞서 출시된 3만9900원 '399진'과 2만9900원의 '299진'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았던 점에 힘입어 1만원대의 청바지를 출시했다"면서 "자체 제작으로 비용을 줄였고, 베이직한 디자인을 비롯해 가볍고 신축성이 좋은 재질 덕분에 인기가 높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탑텐의 3만원대 청바지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탑텐은 올해 50가지 워싱과 다양한 컬러의 프리미엄 청바지를 3만9900원에 출시했다. 주력 제품인 '탑 데님' 팬츠는 16만장 물량 가운데 현재 70% 가량이 소진된 상태다.
탑텐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청바지를 주력으로 판매하지 않았는데 올해 초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데님 팬츠를 선보이게 됐다"면서 "터키의 고급 프리미엄 원단인 'MARASSI'와 'BOSSA'를 사용해 품질 또한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SPA 브랜드의 중저가 청바지가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면서 기존 고급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게스 등 고급 브랜드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로 한때 폭팔적인 인기를 끌었던 게스, 리바이스, 캘빈클라인, 버커루 등 진캐주얼 브랜드들은 지난해 일부 백화점과 아울렛 등에서 재고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최대 80% 할인 행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왕년의 인기를 되찾기 위해 백화점에서 '데님 스타일링 배틀' 행사를 열고, 리바이스 게스 버커루 캘빈클라인진 등의 회사 내 직원들이 직접 모델로 나서는가 하면, 데님 스타일링 배틀 등의 이벤트를 통해 실적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이것 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게스, 리바이스 등 고가 청바지 브랜드의 경우 기존의 고급스런 이미지가 있어 파격적으로 가격을 내리지 못하는데다, 유명 외국 브랜드로 판권을 들여오다보니 브랜드의 판권 수수료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수료 부담도 가격에 포함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가격경쟁력에 밀려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지승 기자(raintr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