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농협금융 시절 항변했던 '방카'..'중징계' 피했다

금감원, '기관경고'에서 '기관주의'로 제재수위 낮춰
업계 "당시 불합리한 금감원 검사방식 강하게 지적"

입력 : 2015-04-30 오후 5:35:24
사진/ 뉴시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농협금융지주 회장 재임 당시 불합리한 규제라고 토로했던 농협은행의 방카슈랑스(은행에서의 보험상품 판매) 관련 부당행위가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경징계를 받았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농협은행에서 방카슈랑스 관련 내부통제체계 등의 문제를 적발해 기관주의 등 재제조치를 내렸다. 관련 임직원 5명도 각각 견책(1명)과 주의상당(3명), 조치의뢰(1건)를 받았다.
 
당초 기관경고, 감봉 3개월 등 중징계가 사전 통보됐지만 농협측의 소명 등을 통해 제재 수위가 내려간 것.
 
금감원에 따르면 보험법상 보험모집업무 담당자는 대출 등 불공정 모집 우려가 있는 업무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농협은행의 일부 지점에서는 보험모집인이 대출결재업무를 취급하고 있었다.
 
특히, 금감원 종합검사(2012년 6월1일~7월13일)를 받는 동안 이 같은 사실을 지적받았으나 농협은행은 전산차단시스템 등 내부통제체계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조치완료 이후에도 위규행위가 발견돼 제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감독당국의 불합리한 행태를 지적한 임 위원장의 항변이 먹힌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눈길이 가는 것은 이 사안이 임종룡 위원장이 농협금융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억울함을 느꼈던 대표적인 현장에 숨어있는 불합리한 규제라는 점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산시스템 개선 등을 위한 작업에도 몇 달의 시간이 필요한데 그 기간 중 방카슈랑스 담당자인 지점장이 대출을 결재했다고 문제삼는 건 너무하다고 임 위원장이 토로했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범금융인 대토론회 자리에서 임 위원장(당시 농협금융 회장)이 금융당국의 과도한 건전성 규제나 구두 지도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면서 "규제 완화를 절대 절대 포기(절절포)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모집인이 대출결제업무를 취급하는 것은 보험법상 위법이다. 하지만 다른 은행보다 방카슈랑스를 늦게 도입한 농협은행은 보험모집업무 답당자를 지점장을 지정하면서 대출 영업을 겸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수개월이 걸리는데 지적사항을 개선하는 도중에 감독당국이 문제를 삼은 것은 심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이 방카슈랑스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도 임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농협금융 회장 시절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복합점포를 개설하는 등 복합점포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종용·원수경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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