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맞춤형 의약품이 뜬다

측정해 적합한 용량 복용…약효는 높이고 부작용 낮춰

입력 : 2015-05-19 오후 5:44:45
고혈압약을 먹기 전에 간단하게 피검사를 한다. 혈당측정기처럼 휴대용 체크기를 이용한다. 체크기는 개인에게 맞는 용량을 산출한다. 환자는 용량에 맞춰 치료제를 먹는다. 약효는 높이고 부작용은 낮출 수 있어 일석이조다.
 
내 몸에 딱 맞는 맞춤형 의약품이 등장할 전망이다. 개인별 적합한 용량을 계산해 약물을 복용하는 방식이다. 미국에선 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의약품 개발이 활발하다. 국내에서도 이르면 2~3년 뒤에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내 몸에 딱 맞는 개인맞춤약물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사진/뉴시스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PWC에 따르면 미국 개인맞춤의료 시장은 2009년 2320억달러에서 2015년 452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개인맞춤의료는 유전자 분석·진단, 유전자 스크리닝, 약물유전학 등 다양하다. 이중 다수의 해외 제약사들이 눈독을 들이는 부문이 '치료적 약물농도 모니터링(TDM)'을 이용한 개인맞춤약물 시장이다. TDM은 환자의 혈액에서 약물의 개인별 최적 용량을 산출해 처방에 반영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개인에 따라서 약물의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약물을 투여해도 연령, 체중, 성별, 인종 등 생물학적 요인이나 흡연, 음주, 생활습관 등 환경적 요인에 따라 약물 반응이 천차만별이다. 의료진의 복약지도에 따르지 않는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같은 용량의 약을 먹어도 어떤 환자에게는 효과가 있고, 일부에서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부작용 발현도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실제, 일부 항암제는 서양인과 아시아인에 따라 약효 차이가 커 인종에 따라 처방 용량이 달라진다. 대사 능력이 인종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또한 고혈압치료제 중에서 ARB 계열의 약물은 국내 환자끼리도 약물 반응의 차이가 크다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치료제마다 다르지만 대략 약효가 떨어지는 환자는 전체에 25% 정도"라며 "이때 개인맞춤약물을 사용하면 원하는 효과를 안전하게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용 방식은 간단하다. 1차 치료 목표로 50mg를 사용하길 권장하는 치료제가 있다고 치자. 병원이나 집에서 휴대용 체크기로 환자의 혈액을 검사했더니 상대적으로 농도가 높게 나왔다. 이 환자는 25mg을 사용해도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저함량을 사용하기 때문에 부작용 발현 우려도 적다. 반대로 검사에서 농도가 낮게 나오면 약 효과가 떨어진다. 이런 경우는 50mg 이상을 처방한다. 항암제를 먹는 환자에게도 효과적이다. 항암제에 개인맞춤약물을 사용하면 효과는 유지하면서 독성은 낮출 수 있다. 이젠 의약품도 기성품이 아니라 맞춤형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개인맞춤약물(TDM)은 의약품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제약사들이 신약후보물질 기근에 시달리자 차별화된 약물 개발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개인맞춤약물이 적용될 수 있는 약물은 다양하다. 고혈압치료제, 간질치료제, 항암제, 항생제, 부정맥용제, 항염증제, 항정신병용제 등이다. 
 
앞의 관계자는 "4개 제약사 정도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3~4년 정도면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가교 임상을 통해 비슷한 시기에 발매가 될 것으로 보인다. TDM 기술을 보유한 미국계 오토텔릭은 일부 국내 제약사들과 협업을 통해 미국 임상에 착수할 방침이다. 국내 제약사들이 의약품을 대면, 오토텔릭이 TDM 기술을 입히는 방식이다. 
 
오토텔릭의 국내 파트너인 김태현 HCC코리아 대표는 "몇몇 제약사들이 오토텔릭과 계약을 체결하고 관련 제품을 공동개발하고 있다"며 "미국 시장을 비롯해 해외진출이 일차 목표이고 국내에서도 가교임상을 통해 발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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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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