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국가핵심기술 유출 전 직원 실형 선고

영업비밀 175건 외부 유출…인천지법, 징역 3년 선고

입력 : 2025-07-11 오후 5:34:14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영업비밀을 무단 반출하려다 적발된 전 직원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습니다. 그동안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첨단산업에서 일어나던 국가핵심기술 유출이 제약바이오산업으로도 번져 처벌을 받은 사례입니다.
 
11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 형사5부(재판장 홍준서)는 이날 부정경쟁방지법 및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습니다.
 
재판부는 "절취한 자료에 생명공학분야의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돼 있어 실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A씨는 지난 2022년 12월13일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에서 A4용지 300장에 달하는 회사 문서를 옷 속에 숨기고 나가려다 보안 직원에게 발각돼 현행범으로 체포됐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를 영업비밀정보 유출행위로 보고 즉각 A씨를 관할 경찰서에 인계한 뒤 형사 고발했습니다. 경찰은 A씨 자택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수사 결과 A씨는 2022년 12월 초부터 약 열흘간에 걸쳐 표준작업지침서(Standard operating procedure, SOP) 등 영업비밀 175건을 외부로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문서들은 3700여장에 해당하는 분량입니다. A씨가 현행범으로 체포될 당시 유출하려 한 문서는 규제기관 대응문서 등의 영업비밀 38건이었습니다.
 
SOP 및 규제대응 문서는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의 기술과 운영 노하우가 반영된 핵심 자료로 CDMO의 신뢰도와 직결됩니다. 이 같은 자료가 유출돼 경쟁사가 획득할 경우 부당하게 기술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어 시장의 공정한 경쟁 질서를 해치는 요소가 됩니다.
 
특히 A씨가 유출한 자료 중에는 IT SOP, 규제기관 가이드라인 분석자료 등 국가핵심기술 2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IT SOP는 대규모 생산에 최적화한 시스템을 통해 표준화된 공정 프로세스를 구현함으로써 품질 기준을 충족하는 의약품을 대량 생산하는 기술을 담은 자료입니다.
 
공정 표준화 기술은 대규모 생산 전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공정기술의 핵심 요소 중 하나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축적한 SOP는 바이오의약품 대량 생산을 위한 공정 표준화용 자료로, 세계 톱티어 수준의 배치 성공률이 가능했던 배경이기도 하죠.
 
규제기관 가이드라인 분석자료는 다양한 국가의 규제기관 가이드라인을 다각도로 분석한 후 종합적인 영향을 평가한 결과물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입장에선 배양정제 공정의 품질 경쟁력을 유지하고 개선하기 위한 핵심 기술자료입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A씨를 부정경쟁방지법 및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및 업무상 배임혐의 등으로 A씨를 불구속하고, 지난달 열린 공판에선 징역 5년을 구형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0년 이상 수많은 임직원들이 각고의 노력을 들여 쌓아온 기술과 노하우는 회사의 중요한 경쟁력이자 자산"이라며 "앞으로도 영업비밀·국가핵심기술 유출 및 침해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법적 대응을 이어갈 방침이며 회사의 핵심 기술과 고객정보 보호를 위해 철저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이번 A씨 선고 결과가 영업비밀 유출 사건들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최근 법원은 이 같은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처벌의 강도를 높여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법원은 지난 2월 반도체 관련 국가핵심기술을 유출한 엔지니어에게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역대 최대 형량인 징역 7년과 벌금 7억원을 선고했습니다. 정부에서도 기술유출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자 벌금형 상한을 65억원까지 상향하는 내용의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해 오는 22일 시행 예정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22년부터 경쟁사로 옮겨간 일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영업비밀침해 및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 및 형사고소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그중 형사고소당한 B씨는 검찰 압수수색 등을 거쳐 2023년 3월 불구속 기소돼 지금까지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B씨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퇴사하는 과정에서 회사 영업비밀로 분류된 IT 및 품질 관련 SOP 등의 문건을 유출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B씨가 유출한 자료들 역시 국가핵심기술 해당 판정을 받았습니다. B씨에 대한 선고는 연내 이뤄질 것으로 점쳐집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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