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내렸는데 미국 경제 왜 죽쑤나

입력 : 2015-05-08 오후 8:10:01
국제 유가가 지난해 중순 대비 반 토막이 났다. 많은 양의 원유를 수입해다 쓰는 미국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그러나 유가와 미국 성장률이 동반 하락하는 기현상이 벌어져 큰 폭의 성장세를 기대했던 이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미국 성장률 추이 (사진=로이터통신)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3분기에 5%를 기록한 이후 4분기들어 2.2%로 떨어지더니, 올 1분기에와 0.2%로 곤두박질쳤다.
 
지난 9개월 간 유가가 100달러에서 50달러 후반 대로 내려가 미국 소비자들의 지출 부담이 현저하게 줄어들었을 텐데도 성장률은 떨어졌다.
 
미국은 대량의 원유를 수입해 쓴다. 유가 하락은 대규모 감세와 비슷하겨 여겨진다. 그런데 저유가 특수를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경제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이유로 낮은 수준의 임금을 꼽는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티트랙에 따르면 지난 2012년 2분기~ 2014년 2분기까지 2년 동안 미국 집값 상승률은 17%를 기록했지만, 임금 상승률은 1.3%에 그쳤다. 임금 상승세가 저조하니 소비지출이 늘어나지 않고, 경제 성장세도 주춤해진 것이다.
 
투자가 위축된 것도 문제다. 지난 2010~2014년간 지하자원 탐사와 수갱 공사 등 채굴 관련 사업에 대한 투자는 80%나 늘었는데,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올해 1분기 채굴 부문 투자는 전년대비 무려 60% 줄었다. 이는 GDP의 0.8%에 해당하는 규모다. 기업의 투자와 더불어 신규 고용도 줄어 GDP 악화에 일조했다.
 
더 암울한 건 저유가 혜택을 누려보지도 못했는데, 유가가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에만 국제 유가는 20~25% 올랐다. 유가가 반등하면 물가도 덩달아 올라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조치가 생각보다 빨리 단행될 수 있다.
 
연준은 물가가 목표치인 2%에 근접하면 금리 인상을 시도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현재 근원 물가지수는 벌써 1.8%에 육박한다.
 
미국인들은 유가 하락세가 장기화되길 희망하고 있다. 체감하기 어려웠지만 저유가는 미국 경제의 뒤를 봐주고 있었다. GDP는 투자유입과 소비지출, 무역흑자, 재정지출 등 4대 축으로 구성되고 이 중 하나라도 증가하면 성장률은 올라갈 동력을 얻는다.
 
유가가 하락하면 정부지출을 제외한 나머지 3대 부분이 살아나는 데 미국의 경우에는 무역수지가 큰 폭으로 개선된다. 실제로 지난 일년간 미국은 유가가 하락한 덕분에 원유 수입 부문에서 2억달러를 아낄 수 있었다. 한편 무디스 애널리틱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지속해서 하락하면 미국경제에 플러스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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