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합판매가 소비자후생 저해? "SKT 규제 강화해야"

입력 : 2015-05-11 오후 3:29:22
복수의 유·무선 상품을 결합하면 요금을 할인해주는 ‘결합판매’가 장기적으로는 소비자후생을 저해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1일 서울대학교 경쟁법센터 주최로 열린 ‘이동통신시장 경쟁정책 세미나’에서 학계 전문가들은 “결합판매가 사업자간 경쟁 유발을 떨어뜨려 장기적으로 소비자후생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017670)의 결합판매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결합판매, 경쟁자 배제 효과 유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에 따르면, 국내 이동통신시장은 경쟁이 미흡하며 SK텔레콤이 시장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SK텔레콤이 전체 이동통신 서비스 누적초과이윤 23조원 중 93%를 점유하고 있어 이윤구조에서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쏠림 현상은 훨씬 심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이통시장의 점유율 고착화는 기술적인 우위보다는 사업자들의 가격경쟁 구조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 주목을 끌고 있는 결합판매는 경쟁자 배제 효과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단통법 시행 이후 이통시장의 경쟁 패러다임은 기존의 보조금 경쟁에서 결합상품 마케팅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KISDI는 “지배적 사업자가 지배력이 높은 상품과 다른 상품을 결합판매할 경우 지배력이 전이될 수 있어 결합시장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종합토론의 패널로 참석한 김경만 미래창조과학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결합판매가 당장의 요금인하 효과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소비자 효용을 증대시킬 것인가에 대해선 물음표”라고 말했다.
 
이인호 교수는 “결합판매로 경쟁사업자의 시장진입이 어려워진다면 장기적으로 기술진보가 늦어지고 소비자후생도 줄어들 것”이라고 경계했다.
 
11일 서울대 경쟁법센터 주최로 열린 '이동통신시장 경쟁정책 세미나'에서 황태희 성신여대 법과대학 교수가 통신요금 규제 개선방안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SKT 결합판매 사전규제 강화해야”
 
전기통신사업법상 결합판매 규제는 사전규제와 사후규제로 이원화돼 있다. 이날 세미나 참석자들은 SK텔레콤의 결합판매에 대해 사전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적극 주장했다.
 
황태희 성신여대 법과대학 교수는 “사전규제인 요금인가제의 취지는 소비자 이익에 반하는 사업자의 요금인상을 막는 것도 있지만 공정한 경쟁에 반하는 약탈적 가격인하를 제한하는 것도 있다”며 “요금인가제의 본래 목적을 유지하는 선에서 사전규제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사전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한다면 전면 사후규제화를 위해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기준 및 남용행위 기준을 마련하고 사후적 시정절차를 확충하는 등의 전제요건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홍명수 명지대 법과대학 교수는 “미국은 통신시장에서 결합판매를 사전적으로 금지한 후 경쟁환경이 개선된 것으로 평가되면 허용하고 있다”며 “국내 정책방향에서도 이통시장의 경쟁적 구조가 형성될 때까지 사전적 결합판매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SK텔레콤은 꾸준히 요금인가제 폐지와 결합판매 규제 완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는 12일엔 서울대 공익산업법센터 주최로 방송통신규제 현안과 관련된 세미나가 열리는 가운데, 이번엔 SK텔레콤 측의 주장에 힘이 실릴 것이란 관측이다.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대법원뿐만 아니라 미국 연방대법원에서도 구체적 증명이 없는 시장지배력 전이 주장은 다 배척됐다”며 “위법성 판단을 위해선 막연한 가설이 아닌 명확한 증거와 증명이 필요하다”고 신중론을 펴기도 했다.
 
한편 미래부는 이달 중 요금인가제와 결합판매 개선안 등을 포함한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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