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슨의 수석 디자인 엔지니어가 헤파필터가 내장된 스틱 청소기로 먼지를 제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세먼지 농도 증가에 따른 대기오염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안티 더스트(anti dust)'가 가전제품의 대세 기능으로 자리잡고 있다. 공기청정기에 국한됐던 공기질 관리 기능이 청소기, 에어컨, 제습기 등 가전제품에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필터 탑재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청소기 제조사들은 헤파필터 탑재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밀레, 일렉트로룩스 등 해외가전업체뿐 아니라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등 국내업체들도 헤파필터가 장착된 청소기를 출시했다. 최근 영국의 다이슨도 헤파필터를 장착한 스틱청소기를 내놨다.
업계는 청소기로 빨아들인 미세먼지가 기존 필터를 통과해 다시 외부로 배출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먼지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필터에 주목했다. 헤파필터는 0.3μm의 입자를 1회 통과시켰을 때 99.97% 이상 제거할 수 있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지름이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에 불과한 2.5μm 이하이기 때문에 헤파필터를 통해 99.95% 걸러낼 수 있고, 외부 배출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에어컨 등 공조제품도 미세먼지를 잡기 위한 필터 탑재 경쟁에 동참하고 있다. 삼성은 초미세먼지 필터·숯탈취필터·극세필터로 구성된 PM2.5 필터시스템을, LG는 3MTM초미세먼지 플러스필터, 이산화황·이산화질소 등 스모그 원인물질은 물론 냄새까지 제거하는 스모그 탈취필터를 특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제습기, 에어워셔 등도 필터 탑재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LG는 공기청정기능 제습기에 3M 알러지 초미세먼지 필터를 탑재했다.
코웨이(021240)는 제습기에 2단계 항바이러스 탈취 복합필터를 적용했으며, 대유위니아는 큰 먼지를 잡아주는 극세망 먼지필터, 초 미세먼지를 잡아주는 헤파필터 등을 에어워셔에 담아냈다.
이처럼 필터경쟁은 생활가전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융·복합 가전제품들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기능을 통해 소비자 효용을 넓히려는 목적도 있다. 특히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생활가전 시장에서 기능 추가를 통해 부가가치를 누릴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필터가 걸러낼 수 없는 크기의 먼지도 많기 때문에 필터의 성능을 절대적으로 믿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세먼지에 포함된 일부 물질은 필터가 걸러낼 수 없을 만큼 작은 경우도 있으며 제품의 사용기간이 늘어날수록 여과 효과도 떨어질 수 있어 실제 필터가 내세우는 수치와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0.3μm의 크기의 입자를 제거하는 헤파필터, 0.02㎛ 크기의 초미세먼지까지 제거하는 3MTM 초미세먼지 필터 등 수치상으로는 대부분의 미세먼지를 제거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효용과는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나친 필터 경쟁에 대해 미세먼지 특수를 놓치지 않으려는 업계의 마케팅 전략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광고통계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가정용 전기전자 업종의 1분기 광고비는 7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 늘어났다. 공기 청정기능이 있는 안티 더스트 가전제품 시장이 확대됐고, 이로 인해 광고비가 급증한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술 발전을 통해 기능이 강화된 필터 등이 생활가전에 탑재되고 있지만, 이들이 절대적으로 기능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특히 필터는 주기적으로 교체가 필요해 관리도 중요한 만큼 필요한 기능이 담긴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