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MNO)들이 2만원대 음성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은데 이어 정부가 제4이통 도입을 재검토하고 나서자 알뜰폰(MVNO)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통사와의 가격격차가 줄어든 와중에 정부 지원마저 제4이통 쪽으로 옮겨갈까 우려하는 눈치다.
한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12일 “가입자가 5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소기 성과를 내면서 정책적 지원 유인이 줄어든 것 같다”며 “시장이 아직 다 크지 못했는데 제4이통이 등장하면 뒷전으로 밀려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적인 선거 공약 중 하나인 ‘가계통신비 경감’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모색해 왔다. 지난해 10월부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시행했고, 한 해 동안 알뜰폰 시장 활성화 정책도 적극 추진했다. 이에 알뜰폰은 도입된지 약 4년만에 가입자 500만명을 돌파하며 전세계 유례없는 빠른 성장을 달성했다.
정부는 이어 단통법 취지대로 이통사들이 보조금 대신 요금인하 경쟁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지지부진했던 제4이통 추진도 재검토하고 있다. 즉 통신비 절감을 위한 정책적 지원책을 마련할 테니 사업자(군) 간 경쟁을 통해 장기적인 비용인하 효과를 끌어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통사가 쉽사리 내놓지 못하던 ‘저가요금제’를 기반삼아 출범한 알뜰폰 업계는 이같은 경쟁 심화가 달갑지 않다. 이제 막 적자 폭을 줄여가던 시점이기 때문이다. 미래부에 따르면 지난해 알뜰폰 서비스 매출은 4555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2배 증가했으나 영업손실은 965억원을 기록해 적자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다만 2013년을 정점으로 적자 폭은 감소 추세다.
이통형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은 “단통법 시행 이후 이통사들의 요금이 인하되면서 알뜰폰과 요금격차가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며 “이에 지난해까지 월 평균 20만명씩 증가하던 알뜰폰 가입자수가 올해 들어 10만명 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KT(030200)의 ‘데이터 선택 요금제’ 출시로 시작된 이통사들의 2만원대 음성무제한 요금 경쟁도 알뜰폰의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KT는 데이터 선택 요금제가 지난 8일 출시된 이후 약 3영업일 만에 가입자 10만명을 돌파했다고 12일 밝혔다.
나아가 정부는 이달 중 제4이통 허가계획 및 지원방안을 공개할 계획이다. 김경만 미래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알뜰폰과 제4이통 정책 등을 통해 현 이동통신시장의 구조적 경쟁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제4이통이 출범하더라도 직접적인 경쟁 대상은 알뜰폰이 아닌 이통 3사가 될 것으로 점쳐지지만 본격적인 요금인하 경쟁이 촉발된다면 알뜰폰도 타격을 입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CJ헬로비전(037560)과 현대HCN, 티브로드 등 케이블TV 업계가 제4이통에 진출한다면 결합판매를 통한 요금인하 전략을 취할 수 있어 이 역시 알뜰폰엔 위협 요소다.
이에 따라 알뜰폰 업계로서는 도매대가 인하와 전파사용료 감면 연장이 더욱 시급해졌다. 미래부는 이달 중 이같은 내용을 담은 ‘3차 알뜰폰 활성화 정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알뜰폰 업계는 요청한 수준으로 도매대가와 전파사용료 감면 시기가 결정되면 시장이 한번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전체 이동전화 시장의 10% 점유율 목표치를 달성한다면 정부 지원은 어느 정도 마무리될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점유율 10%를 달성한 이후 내년쯤부터는 알뜰폰 시장이 일시적 정체기를 맞을 것”이라며 “해외 사례처럼 업체 간 M&A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시장 플레이어가 압축된 후 알뜰폰 성장 2라운드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재유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왼쪽에서 4번째)이 지난 3월23일 '제2차 ICT정책 해우소' 정책간담회를 열고, 알뜰폰 사업자 및 전문가들과 알뜰폰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미래창조과학부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