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3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내며 37년만에 적자전환한
SK이노베이션(096770)이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희망퇴직을 실시한 이후 18년 만이다.
SK이노베이션은 13일 인트라넷을 통해 희망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퇴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신청 마감은 이달 말까지다. 희망퇴직 신청 조건은 만 44세 이상 5년 이상 근무자이거나, 만 44세 미만 중 10년 이상 근무자다. SK이노베이션은 신청자에 최대 60개월(5년)분의 기본급을 퇴직지원금으로 지급한다. 또 5000만원 이내의 자녀 학자금과 전직·창업 지원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이 희망퇴직을 단행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국제유가 급락의 직격탄을 맞아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65조8653억원, 영업손실 2313억원, 당기순손실 5371억원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37년만에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며 34년만에 무배당을 결정할만큼 위기상황으로 내몰렸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희망퇴직 실시와 관련해 "일방적인 인력구조조정과 성격이 다르다"면서 "회사가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놓였다는 판단에 따라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관련 업계는 이번 희망퇴직을 사실상의 구조조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앞서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올해 1월1일 취임한 이후 구조 개편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정 사장은 지난 2월 사내방송을 통해 "집에 불났는데 모든 물건을 다 갖고 집 밖으로 나올 수 없다. 꼭 필요한 것만 갖고 나와야 살 수 있다"며 '선택과 집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정 사장 취임 이후 휴가 다 쓰기와 초과근무 제로, 보고문화 개선 등 기존 조직문화도 자취를 감추는 등 내부적으로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한편 SK그룹의 또 다른 캐시카우인 SK텔레콤도 지난 3월 80개월분의 기본급을 제공키로 하며 직원들의 퇴직 신청을 받았다. 대상은 15년 이상 근무자 또는 만 45세 이상으로 10년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했다. 300명이 신청했으며 사측 부담비용은 11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