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국가들이 지중해 난민 강제할당 문제를 두고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난민들의 이주가 많아 골치를 썩고 있는 국가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나머지 국가들은 불공평한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난민대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EU 28개 회원국을 상대로 난민을 의무적으로 할당하는 이른바 '난민 강제할당제'를 공식 제안했다.
올해만 약 20만명의 이주민이 추가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체계적인 난민관리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판단 하에 들고 나온 긴급대책이다.
이번 제안의 핵심은 그리스 등 일부 남부지역에 난민들이 몰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통을 분담하자는 것으로 국민총생산(GDP), 인구수, 실업률 등 각국의 상황을 고려해 난민을 차등 분배한다는 계획이다.
◇(자료=유로스타트)
프란스 팀머만스 EU 집행위 부위원장은 "난민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청사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EU가 제시한 대안에 대해 영국이 극명한 반대입장을 밝히면서 시행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절대 수용불가'를 외치는 영국은 EU의 플랜은 오히려 난민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시각이다. 영국 측은 난민들을 해당 본국으로 다시 돌려보내는 것이 가장 적절한 조치라는 입장을 펴고 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외무장관은 "EU가 내놓은 제안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어 그는 "이는 오히려 밀입국자들을 유인시키는 요인이 될 뿐"이라며 "난민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내고 그곳에서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돕는 구조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뿐 아니라 아일랜드, 덴마크, 헝가리 역시 적절한 해결책이 아니라며 영국과 반대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 특히 헝가리는 난민 강제할당제에 대해 '정신나간 불공평한 대책'이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반면에 독일 등 난민수용 부담이 큰 쪽에서는 고통분담 차원에서 주변국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해 무려 4만7600명의 망명자를 받아들였다. EU 국가 중 가장 많은 난민을 떠안은 것. 만약 EU가 제안한 방안이 시행될 경우, 독일의 난민 할당량은 현재의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정부 대변인은 "유로존 내 모든 국가들은 지중해 난민문제와 관련해 긴급히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르베르트 람메르트 하원 의장도 "난민문제는 유럽 모든 국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모든 유럽 회원국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럽의 양대 축인 독일과 영국이 난민 강제할당제를 두고 대립노선을 달리고 있는 만큼 당분간 이 문제를 두고 잡음이 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영국 등 일부 반대국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것으로 보고 있다.
유로존 내 한 관계자는 "나눠받기 식인 이번 제안은 일부 국가들 입장에서 황당한 제안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영국은 안 그래도 유로존 각 국에서 넘어오는 이주민들이 많아 시달리고 있는 형국이어서 영국의 동의를 구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경 기자 add171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