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은 제1비서가 9일 러시아에서 열린 2차 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 불참한 것들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북한이 열흘 전까지 김 비서의 참석을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관심이 쏠렸던 터라 뒷말 역시 많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역사적으로 북한과 러시아 양자의 밀착을 경계해 온 중국 쪽에서 다양한 말들이 나왔다.
지난 2일 홍콩 <봉황TV>는 북한의 러시아 방공미사일 S-300 구매 실패와 김정은의 방러 불발이 관련됐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러시아의 한 군사전문가는 북한은 물물교환 방식으로 미사일을 사겠다는 입장이었지만 러시아는 현금 거래만을 원하는 한편 S-300은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깰 수 있어 중국 등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일종의 북·러 갈등설로, 미사일 구매 실패 문제는 이후 국정원이 밝힌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숙청의 이유로 꼽히기도 했다.
또 하나의 북·러 갈등설은 일본 <지지통신>을 통해 보도됐다. 통신은 11일 북·러 교섭에 정통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김 비서가 핵 개발을 중단해 달라는 등 러시아의 요구에 대한 불만 때문에 행사 참석을 보류했다고 보도했다.
국정원의 경우는 김정은이 러시아 방문에서 핵 문제가 나올 수 있음을 부담스러워 했고, 다자 정상회의에서의 의전 문제도 있어 마지막 단계에서 안 가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놨다.
북·러 갈등 쪽에 무게를 싣는 보도에도 불구하고 김 비서의 행사 불참이 두 나라의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김정은이 가지 않는 대신 대외적인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보내 러시아의 체면을 나름대로 살려줬기 때문이다. 북한은 각종 매체들을 통해 러시아 전승절 행사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두 나라의 친선을 과시하는 ‘성의’를 보이기도 했다.
오히려 두 나라는 지난해 채무 탕감 협정을 발판으로 ‘김일성-스탈린 시대 이후 최고의 밀월관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가까운 상태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