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신흥국 판매 부진으로 고전 중인 현대차(005380)가 또 한번 고민에 빠졌다. 해외공장 증설에 박차를 가할 시점에서 노조가 '해외공장 생산물량 노사 합의하에 결정'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탓이다. 나날이 국내공장의 입지가 줄어드는 가운데 '국내 근로자의 권익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과 '경영권 침해'라는 입장이 팽팽히 맞선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5일 대의원대회를 통해 15만9900원의 임금 인상과 완전 고용 보장 합의서 체결, 당기순이익 30%의 성과급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요구안을 최종 확정하고 회사측에 전달했다. 주간 연속 2교대제 근무시간 단축과 토요일 유급 휴일제 등 지난 12일 상정된 내용들이 대부분 반영됐다.
하지만 노조 측이 최초로 생산량 합의를 공식적으로 요구안에 포함하며 순탄치 않을 교섭이 예상된다. 노조 측은 요구안에 '국내공장 신·증설을 즉시 검토하고 국내 생산량과 전체 생산량에 대해 노사간 합의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다만 현재 논의 중인 통상임금과 관련된 사항은 이번 요구안에서 제외했다.
업계는 글로벌 완성차들과의 경쟁을 위해 해외 공장 증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현대차로서는 노조측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최근 현대차의 국내공장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 2008년까지 40%대를 유지하던 국내 공장 생산 비중은 이듬해 29%로 뚝 떨어졌고2013년에는 25%까지 줄어들었다. 2000년대 초반 90% 이상의 압도적인 비중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지난해에는 24%를 기록하며 20%선 붕괴에 대한 불안감까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해외 공장 증설에 대한 현대차의 의지가 명확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신흥시장 주요 전략으로 현지화를 강조해온 만큼 해외 생산기지 확충은 피할 수 없는 수순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국내공장 생산능력이 연간 200만대 이하임을 감안하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량은 505만대다.
현재 국내를 포함해 미국과 중국, 브라질, 러시아 등 8개국에 생산 거점을 운영 중인 현대차는 지난달 착공식을 연 4공장을 비롯해 5공장까지 중국지역 추가 증설 계획을 확정한 상태다. 또 하나의 최대 자동차 시장 미국과 신흥 시장인 인도지역의 추가 증설 역시 검토 중이다.
◇지난달 중국 창저우 4공장 착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부회장(사진=현대차)
이처럼 현대차가 해외 생산기지 현지화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는 전혀 다른 방향을 제시한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요구안이 제출된 만큼 내부적으로 검토를 진행한 후에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현대차 노사는 다음 달 상견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교섭에 돌입할 예정이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