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35주년을 앞두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여부에 대한 사회적 갈등이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18일 광주 북구에 위치한 국립5·18민주묘지에서 희생자 유족과 각계 인사가 참여한 가운데 제3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치를 예정이다. 하지만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허에 대한 항의로 불참을 선언하는 등 반쪽 행사로 치러질 우려가 높다.
국회는 1997년 5·18민주화운동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된 후 정부 주관 기념식에서 제창돼왔던 ‘임을 위한 행진곡’이 2009년부터 식전행사나 합창 등의 형식으로 대체되면서 정부와 광주시민의 갈등이 불거지자 2013년 여야 의원 161인의 찬성으로 ‘님을 위한 행진곡 5·18 기념곡 지정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보훈처는 이후 각계 의견을 수렴했지만 ▲북한 5·18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 배경음악으로 사용되고 가사내용인 ‘임과 새날’의 의미에 대한 논란이 존재하는 점 ▲작사자 등의 행적으로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계와 양립 불가능하다는 점 ▲정부가 법률에 규정된 기념일에 기념곡을 지정한 전례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국민적 동의가 있을 때까지 보류가 바람직하다”라는 입장을 유지해오고 있다.
지난 3월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여야 대표 3자 회동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행진곡의 기념곡 지정을 요구한 야당에 “반대하는 분도 계시고 찬성하는 분도 계시다”라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보여 논란을 재차 증폭시킨 바 있다.
국회 차원의 결의안 채택에도 해결의 기미가 없자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난 4월 5·18 관련 단체와 광주·전남지역 국회의원들과 연달아 만나 “국가보훈처장이 국회에서 의결된 결의안을 지키는 것이 원칙”, “‘님’은 광주 정신이며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과 기념곡 지정은 노래를 부른다는 차원을 넘어 민족과 국민화합을 이끄는 것”이라며 정부의 전향적 자세를 촉구했다.
강기정 의원 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38인은 정부의 태도에 변화가 없자 지난 4월 ‘국가기념일의 기념곡 지정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고, 국가기념일을 주관하는 중앙행정기관이 기념곡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 마련 작업에 착수했다.
아울러 이 법은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기념곡을 지정할 때 국가기념일의 제정 배경을 우선 고려하며, 해당 국가기념일 관련 전문가·기관·단체(관련 유가족이 있는 경우에는 유가족을 포함) 등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며 관련 단체들의 입장을 대폭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기념식을 하루 앞둔 17일에도 “박근혜 정부의 빈약한 역사인식에도 ‘임을 위한 행진곡’은 이미 역사의 일부다. 박근혜 정부의 옹졸한 태도가 5·18 기념식을 방해할 수는 있어도 민주주의와 헌정질서의 뿌리가 5.18 정신이라는 진실을 가릴 수는 없다”며 정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한편 18일 열리는 기념식에는 대통령의 불참이 예상되고, 지난해 대통령 대신 참석했던 국무총리마저 공석이어서 기념식의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7일 오후 민주화운동 전야제와 18일 기념식에 동시 참석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지난 3월 청와대 3자 회동 당시 “제가 참석해 크게 부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합창 형식으로 진행되는 ‘임을 위한 행진곡’ 공연 식순에 맞춰 여야 양당 대표가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는 장면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제35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가 지난 11일 광주 동구 YMCA 무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념식 불참 및 옛 전남도청 앞 독자적 행사 개최 방침을 전하고 있다 / 사진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