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4·29 재·보궐선거에서 충격의 전패를 당하면서 당 지도부의 리더십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번 재·보선 패배를 계기로 비노(노무현)계 등 당내 비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도부 책임론도 대두될 것으로 관측된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29일 수도권 세 곳과 호남 한 곳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에 3석, 무소속 후보에 1석을 내줬다. 특히 당의 심장부나 다름없는 광주 서구을에서 무소속 천정배 당선자에 22.57%포인트 차로 패했다. 특히 그간 야권의 텃밭으로 불리던 서울 관악구을을 27년 만에 새누리당에 내줬다. 두 곳에서 모두 내홍을 수습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 패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두 지역에서 패배는 다른 지역에서 패배보다 훨씬 더 뼈아프다. 인천 서구·강화군을, 성남 중원구가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면 광주와 서울은 선거전략을 통해 극복 가능한 ‘둔덕’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 패배로 문재인 지도부는 퇴진론 등 흔들기 대상으로 직면하게 됐다. 지도부가 당내 인사들을 포용하는 데 실패해 야권 분열의 단초를 마련했고, 새누리당의 ‘성완종 특사’ 역공에 휘둘려 ‘성완종 리스트’라는 호재를 재대로 활용하지 못 했다는 게 비주류측의 주장이다.특히 후보 선출 과정에서 기계적 중립성만 강조했던 지도부는 처음부터 전략공천을 배제한 채 지역 인물들로만 경선을 실시해 후보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렇게 뽑힌 새정치연합 후보들은 '인물론'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에 밀렸다.
한 비주류 의원은 “상황이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했는데도 불구하고 결과가 이렇게 나온 것으로 봐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결국엔 분열로 진 것인데, 관악 같은 경우 19대 총선 때 당이 김희철 전 의원의 기회를 일방적으로 박탈했다. 그것을 고려했다면 결자해지 차원에서 고민이 필요했고, 그렇다면 정동영 후보의 출마 여부도 달라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내 다른 관계자는 “이건 처음부터 4대 0이 예견됐던 선거다. '성완종 리스트'와 문 대표의 지지율 상승이라는 변수가 생기면서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라며 “우리 당은 먼저 근거 없는 낙관론에서 벗어나야 한다. 좀 될 것 같으니 ‘최소 2대 2’ 같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지 않느냐. 판세 분석이 잘못 됐으니 전략이 잘못 돼 패배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또 “전당대회가 끝나고 ‘정권심판론으론 안 된다, 유능한 경제정당으로 가야 한다’면서 계속 경제행보를 걷다가 '성완종 사태'가 터지니 경제정당은 어디로 사라지고 정권심판론이 다시 나왔다”며 “최소한 스텝을 꼬이게 한 당사자에 대해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야권 분열이 현 지도부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악의적인 ‘친노 흠집내기’였던 만큼 지도부 퇴진 요구는 시기상조라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또 천정배 후보의 당선으로 호남발 야권개편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당 혼란보다는 단합을 도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당내 한 관계자는 “선거 패배를 대표라든가 특정 개인의 책임으로 모는 건 온당치 않다. 지도부 전체의 책임으로 봐야 한다”며 “7·30 재·보선 때처럼 대표직 사퇴도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그보단 혁신을 통해 당이 변화하는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책임을 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우윤근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4·29 재·보궐선거 참패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기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