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에는 13년 만에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세계교역신장률보다 낮아졌고, 금융위기 이전보다 5분의 1이나 감소했다.
특히 중국의 수출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중국의 시장점유율이 빠른 속도로 확대돼 한국 수출을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사진/뉴스1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위기 이후 무역환경 변화와 우리나라의 수출' 이슈노트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수출 증가세가 금융위기 이전에 비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이전 세계교역신장률을 크게 상회했던 우리 수출은 작년 13년 만에 처음으로 하회했다.
세계교역신장률은 글로벌 위기이전인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전년비 7.2% 성장을 보였고, 한국은 이보다 2배 가까이나 높은 13.0%였다. 하지만 위기이후 큰 폭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던 우리나라 수출증가율은 작년에 역전됐다. 세계교역신장률은 3.4%로 집계됐지만 한국은 2.3%에 그쳐 더 낮아진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성장모멘텀이 약화되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교역량 자체가 줄어들었고, 중국이 기술개발을 통해 우리 주력수출제품들과 수출경쟁도 높아진 영향이다.
김용복 한은 조사국 국제무역팀 차장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증가와 선진국의 소득불평등 확대, 보호무역주의 경향 강화 등으로 선진국의 수입수요가 위축됐다"며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의 소득증가세가 낮아지는 가운에 평균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소득 둔화로 수입수요가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와 리쇼어링(제조업 회귀 현상)은 우리나라의 주력 품목인 중간재 수출마저 위축시켰다. 최종 소비재를 생산하는 부속품인 중간재 품목에서 중국정부가 가공무역 금지품목을 확대하는 등 각종 조치를 취하면서 우리나라 중간재 무역이 둔화된 것이다.
또 중국이 짧은기간 동안 질적 성장하면서 우리나라와 기술격차를 줄인 것도 수출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 국내 10대 수출 주력산업에서 생산비가 우위에 있는 72개 품목 중 중국과 경합중인 제품은 절반에 가까운 35개에 달한다.
10대 수출 주력산업 시장점유율 증가속도도 한국은 2013~2015년 3%대 미만이지만 중국은 2013년 기준 12%대로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김용복 차장은 "중국의 가공무역 억제정책, 중국과 수출경쟁 심화 등이 우리나라 수출의 구조적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수출 구조를 중간재에서 소비재 및 완제품 중심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