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인 수출이 심상치 않다. 내수부진 속에 수출까지 활기를 잃으면서 성장회복에 발목을 잡고 있다
경제수장들도 갈수록 심화되는 수출부진을 우려하는 등 수출에 대한 걱정을 드러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한국이 장기적 수출부진 국면에 진입했다는 의견도 내놨다.
4개월 연속 수출이 마이너스 성장하면서 장기적 수출부진 국면에 진입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사진 뉴시스
6일 정부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최근 나빠지고 있는 수출부진이 장기화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올 4월 수출이 462억18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1%나 감소하는 등 4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수출 감소세는 일본과 유럽, 중국 등 우리의 주요 수출국대상으로 수출이 줄고 있다. 올 1분기에만 일본(-22%), 유럽(-21.1%), 중국(-1.5%) 지역의 수출이 눈에 띄게 부진하다.
일본의 경우 아베노믹스 추진이후 2013년 이후부터 엔화 대비 원화가 고평가 되면서 영향을 끼쳤다. 원·엔 재정환율은 지난달 말 7년 2개월 만에 900원 아래로 떨어졌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원·엔환율이 10% 하락하면 우리나라 총 수출은 9.2%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출 실적이 생각보다 좋지 않다"며 ""최근 엔화, 유로화 대비 원화절상 현상이 일부 영향을 줬을 것"이라며 수출부진이 성장세 회복에 악재가 될 수 있을 것을 우려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4월 수출이 8% 마이너스가 나와서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며 "엔저 등 환율 문제가 우리 수출에 구조적으로 영향을 많이 미치는지 정밀하게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최근 수출 침체가 장기화 될 가능성을 높게 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감소 지속만이 문제가 아니라 수출 내용 역시 총체적 부진이라는 측면에서 국내 수출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최근 유가 반등에도 불구하고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수출단가 하락 압력이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고, 글로벌 경기 회복세도 미약해 수출 수요 역시 빠르게 회복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유럽의 양적완화 실시로 유로화 대비 원화는 크게 고평가 되면서 최근 유럽으로의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며 "중국 시장에서 우리나라 가격경쟁력은 부정적이지는 않지만 중국의 수입수요가 점차 둔화되고 있어 대중국 수출 부진이 장기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한국 경제의 현 상황이 장기적인 수출 부진 국면으로 접어들기 시작한 1990년대 일본과 비슷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정규철 KDI연구위원은 "과거에 우리가 일본의 수출산업을 따라잡은 것처럼 중국도 우리 수출산업을 추격하면서, 한국의 시장점유율이 상대적으로 하락했고 그 영향은 점차 커지고 있다"며 "향후 주요 수출 품목에서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후발 국가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