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혐의로 기소된 유우성(35)씨의 항소심 재판에 조작된 증거를 제출하는데 가담한 국가정보원 김모(49) 과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1심 보다 형이 가중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부(재판장 김상준)는 20일 증거조작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김 과장에 대해 "일관되게 범행을 자백한 조선족 협조자 김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며 "공모했다는 것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김 과장은 1심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출입경기록 등 증거를 위조하고 위조 증거로 허위공문서 작성해 재판부에 제출하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연이어 추가로 위조 서류를 제출해 법원을 속였다"며 "위조 증거로라도 유가강의 밀입국을 증명하려는 잘못된 공명심에 의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 "수사기관에 허위 진술할 것을 강요하기도 했다"며 "아무런 잘못에 대해 후회나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고 유우성씨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는 행동도 한 바 없다"고 지적했다.
김 과장과 공모해 문건을 위조한 조선족 협조자 김모씨에 대해서도 "김 과장의 지시에 따라 서류를 위조했지만, 김씨에게도 모해의 목적이 인정된다"며 징역 2년을, 또 다른 국정원 협조자 김모씨에 대해서도 징역 1년6월을 선고해 1심보다 형이 가중됐다.
재판부는 "대한민국 형사사법 기능을 심각하게 방해하여 죄질이 좋지 않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출입경기록 등에 대한 영사확인서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은 이모(55) 전 대공수사처장은 벌금 1000만원으로 감형됐다.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인철 전 주선양 총영사관 영사와 권모(52) 전 국정원 대공수사국 과장도 항소심에서 벌금 700만원에 선고유예로 감형됐다.
재판부는 "이 영사가 허위사실을 충분히 인식했다"면서도 "작성한 확인서는 모해증거위조를 판단할 '증거'가 아니라 '진술서'의 성격이므로 모해 목적을 불문하고 증거에 해당됨을 전제로 한 모해증거위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관행이었다는 변명은 오히려 그동안 대공수사에 문제점이 많았다는 것이며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항이 아니다"라고 "반드시 시정되야 할 잘못된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피고인들은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피고인 유씨가 2013년 8월 1심에서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자 2심에서 이를 뒤집기 위해 유씨의 북·중 출입경 등 각종 서류를 위조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