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현영철 숙청설’ 발표로 또 다시 입길에 올랐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정권의 위기 때마다 정치의 전면에 나섰던 국정원이 이번에도 모종의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움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3일 국정원의 숙청설 발표 당시 나타난 갖가지 이례적인 요소들 때문이다. 현영철 부장 처형 첩보를 공개한 점이 우선 꼽힌다. 국정원은 ‘처형됐다고 단정하지는 않았다’고 발을 빼고 있지만, 정상적인 정보기관이라면 ‘확인되지 않은 소식의 조각’에 불과한 첩보를 발표하지는 않는다.
국정원이 통일부 기자단에 ‘북한 내부 특이동향’이라는 무려 11쪽짜리 자료를 제시한 점도 흔치 않은 모습이었다. 이 자료에는 “간부들 사이에서도 내심 김정은의 지도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는 해석까지 담겨 있었는데, 어떻게 북한 간부들의 내심을 알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국정원은 현영철이 회의 중 졸았던 것이 숙청 이유 중 하나라며 그가 졸고 있는 듯한 모습이 실린 5월 1일자 <노동신문>까지 제시하는 친절함을 보이기도 했다.
인민무력부장 숙청설이 국회 정보위까지 급히 열어 알려야 할 만큼 큰일이냐는 지적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소장은 “인민무력부장은 군령권이나 인사권이 없어 남측의 국방부 장관보다 낮은 위상”이라며 “그 정도 인사에 관한 소식을 국회의원들과 기자들에게 대대적으로 알린 것은 다른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정원의 의도를 의심하는 사람들은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사출시험 후 박근혜 대통령이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여는 등 ‘안보 정국’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그러나 이같은 지적에 대해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문제될 것 없다”며 “공개한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말했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