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진통제인 한국화이자 '애드빌'이 연매출 10억원에 그치며 국내에선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야심차게 선보였지만 인지도 확대와 마케팅 전략이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5일 IMS데이터에 따르면 일반의약품 진통제 시장은 지난해에 560여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성장했다. 2013년 하반기 출시된 애드빌은 지난해 11억원으로 집계됐다. 월매출이 1억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계산이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하의 성적에 그친 것이다. 애드빌은 출시 당시만 해도 업계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진통제 공룡'이 등장했다며, 오랫동안 굳어진 시장지형에 판도변화를 점치기도 했다. 애드빌은 누적 1조원어치가 팔렸고, 2010년부터 3년 연속 전세계 판매 1위를 차지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애드빌의 부진은 소비자의 인식 확대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일반의약품은 지명구매도가 높아 제품의 인지도가 성패를 좌우한다는 특성을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광고와 마케팅이 적중하질 않아 약사와 소비자들에게 애드빌의 인지도 형성이 제대로 안 돼 있는 것"이라며 "다른 진통제들이 이미 확고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어 후발주자가 진입하기 어렵다는 것도 요인"이라고 말했다.
국내 진통제 시장은 한국얀센 '타이레놀'과 삼진제약 '게보린'이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타이레놀은 170억원, 게보린은 117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제품의 부작용 이슈에도 진통제 구매 패턴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도 애드빌이 지지부진한 배경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009년 타이레놀과 게보린의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간독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처방과 복용 주의를 권고한 이후 국내에서도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는 끊임없이 논란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다른 대표적 진통제 성분인 '이부프로펜'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점쳤다. 바로 애드빌이 이부프로펜 성분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미국에서 애드빌이 진통제 시장 1위에 올라선 것도 아세트아미노펜이 부작용 논란에 휩싸이면서 풍선효과를 누렸기 때문"이라며 "반면 국내에선 지난해 식약처가 사실상 기존 조제를 유지해도 된다고 밝혀 부작용 이슈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