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포스코의 플랜트부품 계열사인 포스코플랜텍은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사진은 포스코플랜텍 울산공장. 사진/뉴시스
은행권이 대기업의 후광을 믿고 그 계열사에 대출해줬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큰 형(모기업)의 든든한 지원을 기대했지만 최근 포스코 등 모기업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계열사에 대한 지원에 난색을 표하면서 은행들이 난감한 상황에 몰렸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포스코(005490)의 플랜트부품 계열사인 포스코플랜텍은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포스코플랜텍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날 "포스코플랜텍이 워크아웃 절차를 신청함에 따라 이달 중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소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플랜텍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 채권단은 7일 이내에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워크아웃 개시는 채권단 75%가 동의해야 가능하다.
지금까지 포스코플랜텍의 여신 규모는 산업은행이 1670억원 상당이며, 외환·하나·우리·신한·부산은행 등은 총 3360억원대다. 연체금액은 890억원 상당이다.
채권단은 모회사인 포스코가 자금 지원에 나서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포스코플랜텍은 자구노력과 구조조정을 전제로 포스코로부터 2900억원의 자금을 증자 방식으로 지원받아 경영정상화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문제는 포스코가 이미 지난 14일 열린 정기 이사회에서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추가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점이다. 유상증자 등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는 것.
한 채권단 관계자는 "경영정상화에 대해서 모기업이 나몰라라 한다면 워크아웃을 개시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채권단은 포스코의 지원을 전제조건으로 워크아웃 개시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채권단과 포스코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워크아웃이 부결될 경우 포스코플랜텍이 법정관리로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워크아웃 논의가 포스코 그룹의 신용도까지 훼손할 수도 있기 때문에 경영난을 겪고 있는 다른 계열사로 구조조정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앞서 또 다른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하이알도 설립한 지 3년 만인 지난달 말 법원에 법정관리 신청을 한 바 있다. 공장가동 후 영업을 시작한 기준으로는 불과 1년 만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포스하이알과 포스코플랜텍 등 회사 경영진이 모두 포스코 출신인데다 경영 측면에서 그룹이 지원해주고 있다는 점이 대출 취급시 고려된 것도 있다"며 "대기업과 채권단의 불신이 커질 경우 앞으로 대기업 계열사에 대한 여신심사 방식 등을 달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