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는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를 위해 여권 인사 등을 통해 국세청에 로비를 하고 박 회장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얻었는지를 수사 중이다.
검찰은 7일 천 회장의 자택 및 세중나모여행사와 계열사인 세성항운 사무실, 천 회장과 자금거래를 한 15명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작년 하반기 박연차 회장과 관련된 세무조사 무마로비 부분만 수사하고, 대선자금 등은 보지 않는다"고 다시 한 번 선을 그었다.
◇朴회장 돈 `10억' 받았나 = 천 회장이 세무조사 무마로비와 관련해 박 회장으로부터 `작년 9월 말 10억원을 건네받았다'거나 `작년 8월 5만 달러를 전달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있다.
심지어 작년 9월 서울시내 한 호텔 중식당에서 박 회장을 만난 뒤 사과상자 5박스에 2억원씩 나눠 담은 현금 10억원을 지하주차장에서 건네받았다는 구체적인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그러나 천 회장은 "세무조사 무마로비와 관련해 단 돈 1달러도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고, 검찰도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금품수수 액수나 시기를 특정한 적이 없다.
검찰은 천 회장이 박 회장과 의형제를 맺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서 작년 하반기 세무조사가 시작된 시점에 특정 금액을 건네 받았을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적 이익' 얻었나 = 검찰은 천 회장이 박 회장을 위해 로비에 나선 시점을 전ㆍ후로 박 회장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얻었을 것으로 보고 두 사람 간의 자금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홍 기획관은 "천 회장이 자기 돈으로 로비를 했을 수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남의 회사를 살리고자 자가발전할 이유가 있나. 동기부여는 박 회장한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박 회장이 천 회장 등에게 자신이 소유한 회사에 대한 미공개 정보를 가르쳐 준 뒤 주식거래를 통해 거액의 이득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줬을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
천 회장은 2006년 박 회장이 농협으로부터 인수한 휴켐스의 사외이사를 맡기도 했다.
검찰은 또 천 회장과 가족이 최대주주인 코스닥상장법인이 1곳(세중나모여행), 비상장법인이 세성항운과 세중게임즈 등 13개사에 이르는 점에 비춰 박 회장이 이들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는 방법으로 투자했을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자금 댔나 = 천 회장은 본인과 가족이 소유한 세중나모여행 주식을 2007년 4월 100만주, 5월 92만7천여주, 11월 135만주를 모두 306억원에 매각한 점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당비 30억원을 대납하거나 대선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있다.
또 대선 직전 박 회장이 수 십억원을 천 회장에게 보내 이 돈이 MB 캠프에 유입됐다는 의혹도 있다.
이와 관련해 천 회장은 "306억원의 주식 매각대금은 모두 계좌에 입금됐고, 현금으로 인출하지 않았다"며 "특별당비 30억원도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친구로서 이 대통령의 편의를 봐준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대선자금'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부터 "지금 박연차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데 무슨 대선자금 수사냐"며 대선 자금이 수사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현직 대통령이 관련된 대선자금도 수사할 수 있다고 밝힐 경우 자칫 `박연차 게이트'의 본말이 전도되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검찰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홍 기획관은 "우리가 수사할 때는 한 사람의 중학교 시절부터 성인이 되기까지의 모든 비리를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다"며 "이번 수사는 박연차로부터 시작된 것이고 박 회장과 천 회장 관련 부분을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