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연구원은 거래소의 구조적 개혁을 위해 코스닥시장 분리와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 설립, 지주회사 전환이 우선돼야 한다는 진단을 내놨다.

 

28일 자본연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거래소 시장 효율화를 위한 구조개혁 방향'을 주제로 한 정책세미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황세운 자본연 연구위원은 "독점 형태인 현 한국거래소 시장 체제하에서 상장 유망 기업과 주식시장 지수, 거래량 등이 정체돼 감소 상태에 있다"며 "거래소 구조개혁을 통해 시장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자본시장 활성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황 연구위원은 "코스닥시장본부를 독자 거래소로 분리할 경우 단기적으로 상장 요건 완화와 상장기업 수 증가를 기대할 수 있지만 코스닥시장 단독으로는 수익 구조가 매우 취약해 독자 운영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코스닥시장을 분리하되 완전 독립법인이 아닌 거래소의 자회사 형태로 분리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그는 "분리를 상대적으로 신속히 추진할 수 있고 일정 수준 경쟁이 가능하면서도 독립성 확보가 가능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황 연구위원은 "증권거래소의 경쟁 제고는 세계적인 트렌드"라며 "요건을 완화해 대체거래소인 ATS를 설립해 장기적으로 정규 거래소로 전환하도록 하는 것도 경쟁 촉진을 위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거래소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개별 사업부서를 자회사로 분리해 지주사에 편입시키는 방안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파생상품시장, 정보관련 사업부 등이 개별 자회사로 운영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다.

 

김준석 자본연 연구위원도 "현재의 코스닥시장에서 시장 운영 비용을 충당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수익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분리 이후 개선될 가능성도 높지 않기 때문에 독자 거래소로 분리하는 것은 상당한 제약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제약을 감안할 때 코스닥시장을 거래소의 자회사로 분리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며 "자회사로 분리하는 방안은 경쟁 체제로 전환돼 가는 과도기적 체제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경우 자회사인 코스닥이 모회사인 코스피와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한 우려는 남아있다고 전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김학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과 김형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전무, 엄경식 서울시립대 경영대 교수, 정창희 한국거래소 경영지원본부장보, 허선호 KDB대우증권 전략기획본부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두 차례에 걸쳐 거래소 개편 태스크포스(TF) 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이날 설명회에서 나온 의견을 수렴해 다음 달 발표할 거래소 개편 방안에 담을 계획이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 앞서 거래소 직원 일부는 "거래소 직원의 동의 없는 형식적인 분리 절차는 원천 무효"라며 거래소 구조 개편 반대 시위를 했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