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천안함 사건에 따른 대북 제재인 5·24 조치가 5년간 시행되는 동안 정작 피해를 본 쪽은 남측 기업들이라는 주장이 계속 나온다. 이 조치로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경제교류가 중단되자 북한은 중국으로 교류 상대로 바꾸는 방법으로 ‘벌’을 피해간 반면, 북한의 싼 노동력을 활용했던 남측 기업들이 그 벌을 대신 받는다는 것이다.
남북경협경제인연합회의 동방영만 회장은 지난 22일 새정치민주연합 통일위원회 토론회에서 5·24 조치 5년 동안 “가정은 파탄 나고, 회사는 부도가 나 없어지고, 집도 절도 없는 신세로 전락한 것이 대부분 경협업체 대표들의 현실”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5·24 조치에 따른 중소기업들의 ‘수난’으로 업종 전환, 제3국 진출, 파산 등을 꼽으며 “기존 바이어와의 관계가 훼손되거나 거래가 중단돼 자금 부담이 가중된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그는 “평양을 위시한 북한 내륙지역에서 사업하는 기업이 가장 큰 피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동국대 북한학연구소의 김일한 박사는 “남북 교역이 중국이라는 제3국으로 완전히 대체되어 북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동방영만 회장은 “5·24 조치 해제 이전이라도 개성공단 경협사무실을 재가동해 과거 북한 상거래선과의 재접촉을 허용하고, 평양 등에 투자해 놓은 시설을 점검하는 목적의 방북도 허용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통일부는 5·24 조치 5주년을 맞아 내놓은 입장자료에서 “교류를 중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북한의 도발과 이에 대한 보상이라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정상화하자는 것이 기본 취지”라며 “천안함 사건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북한의 책임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