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인사이트)혁신의 DNA, 같은 뿌리 다른 열매

지표로 살펴본 지역·국가별 기업가정신 특징

입력 : 2015-05-31 오전 10:30:00
스마트폰을 현대인의 필수품으로 만든 '애플', 전자상거래로 중국 유통시장의 판을 흔든 '알리바바', 택시의 개념을 바꾼 '우버'. 이들의 공통점을 꼽으라면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고 새로운 기회를 개척한 혁신의 아이콘이란 점이다. 또한 그 뒤에는 혁신을 주도한 남다른 기업인들이 숨어 있다.
 
◇슘페터, '창조적 파괴' 기업가정신 첫 언급
 
오스트리아 출신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이 같은 기업인들을 '창조적 파괴자'라고 지칭했다. 자본주의 경제 발전에서는 혁신을 선도하는 기업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한 것. 슘페터의 이론은 혁신의 가치에 처음으로 주목했다는 점에서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 연구의 출발점으로 꼽히지만 그가 살았던 1930년대만 해도 기업가는 경제 발전의 한 요소에 지나지 않아 기업가정신 연구는 원론적 이해 수준 이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1960년대 들어 기업가정신 연구는 행동과학 관점에서의 개인적 특성 연구로 범위가 확대됐다. 기업가는 어떠한 특성을 가진 사람이며 기업가가 되려는 동기는 무엇인가 등 개인적, 심리적 특징을 주로 살폈다. 1970~1980년대에는 기업가정신, 창업, 벤처기업 등 기업 경영에 대한 연구가 부문별로 분화되기 시작했다. 창업 준비에서 창업, 성장, 소멸에 이르기까지 기업가가 겪는 일련의 과정에 대한 총체적 연구와 이들이 기업가적 활동에 이를 수 있게 하는 사회적 환경에 대한 연구가 동시에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처럼 기업가정신에 대한 연구가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잡게 되면서 다양한 시각에서의 분석도 다수 등장하고 있다. 개인, 조직, 지역, 국가 등 분석 수준별로 내용의 차이가 다소 존재하지만 보편적으로 혁신성, 위험감수성, 진취성, 자율성, 경쟁력 공격성 등이 기업가적 지향성 구성 요소로 꼽힌다.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20세기 최고의 혁신 아이콘으로 꼽힌다. 사진은 잡스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애플 홈페이지를 띄워논 애플 매장의 모습.(사진=뉴시스)
 
기업가정신의 개념은 국가나 지역에 따라서도 조금씩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한 나라로 불리는 미국에서 기업가정신은 곧 스타트업과 이를 둘러싼 생태계를 의미한다. 서부의 실리콘밸리가 대표적인 기업가정신 연구의 표본이며, 최근에는 보스턴, 뉴저지 등을 중심으로 한 동부지역의 스타트업 생태계도 주목받고 있다.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양 국가에서 기업가정신은 기업가로서 가져야할 덕목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창업 생태계 구축을 강조하는 추세로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관념적인 이미지가 짙은 것이 사실이다. 유럽은 이 둘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다. 미국만큼 기업가적 활동이 활발하지 않아 스타트업의 성장 잠재력은 높은 대신 기존 기업에 대한 사업 환경 구축은 비교적 잘 돼 있는 편이다.
 
◇기업친화적 북유럽·스타트업 천국 미국
 
기업가정신의 국가별 인식 차이는 얼마전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도출한 글로벌 '기업가정신 지수(GEI)'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STEPI의 기업가정신 지수는 글로벌기업가정신모니터, 세계은행 창업 환경지수, 어니스트앤영 G20 기업가정신 바로미터, OECD 한눈에 보는 기업가정신 등 기업가정신과 관련된 종전의 지표들을 종합해 산출한 것으로, 전세계 26개국의 2008~2010년 상황을 기반으로 했다. 종합 순위에서는 핀란드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스위스, 대만, 미국, 덴마크,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아일랜드, 벨기에, 네덜란드, 스웨덴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STEPI는 조사 결과에 따라 비즈니스 친화형, 창업국가형, 침체형·후발추격형 세 가지로 분류했다. 비즈니스 친화형 국가로는 핀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벨기에, 네덜란드, 스웨덴, 영국, 독일이 꼽혔다. 북유럽 선진국이 다수 포진한 이 그룹은 기업 활동에 우호적인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다만 그 중심이 특별히 창업에 맞춰졌다기 보다는 기존 기업에 더 맞는 사업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패와 재도전 단계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었다. 파산 회복까지의 소요기간이나 비용이 적고 노동인력 정리해고 시 기업가가 부담하는 비용이 많지 않은 점이 이같은 환경 조성을 가능케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적재산권 보호 수준이 높고 시장 담합 등 공정 경쟁 저해 요소가 적다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었다.
 
창업국가형으로는 스위스, 대만, 미국,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이스라엘 등 6개국이 선발됐다. 전반적으로 기업 활동에 좋은 환경을 갖고 있고 창업을 촉진하는 제도적·문화적 환경을 지녀 창업 활동이 활발하다는 점이 두드러졌다. 신규 시장 진입이 쉽고 대학이나 연구기관으로부터의 지식과 기술 이전이 활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과 실무에서 창업 교육도 잘 이뤄졌다. 이 그룹의 창업 준비와 창업, 성과가 모두 높은 순위를 보인 배경이다.
 
침체형·후발주자형에는 동양권의 한중일 3국과 최근 몇 년간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포르투칼,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슬로베니아, 터키,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가 포진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일자리 부족으로 자영업과 같은 생계형·비기술 창업자가 많은 점이 전반적으로 낮은 순위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처럼 기업가정신의 이미지는 국가별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스타트업 지원과 동일시 하려는 추세가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이에 관련 업계에서는 야심있는 기업가를 배출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 28일 STEPI가 주최한 국제 심포지움에 참석한 마틴 룩셈부르크 이라스무스기업가정신센터 공동창업자는 "혁신의 성공에는 R&D가 25%, 사회의 역량이 75%가 필요하다"며 "학생들에게 기업가정신을 가르치는 교육의 역할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럽연합(EU)이 실행하고 있는 국가간 협업 장려 프로그램을 언급하며 "중소기업 교환 프로그램 등 모범 사례를 배울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통해 올바른 기업가정신 함양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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