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일 논란이 되고 있는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해 “국정은 결과적으로 마비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화 될 것이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수용불가’ 방침을 분명히 하고 거부권 행사 의사마저 내비쳤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회가) 공무원연금 법안 처리 과정에서 공무원연금과 관계없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문제를 연계시켜 위헌논란을 가져오는 국회법까지 개정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에 상정된 각종 민생법안조차 정치적 사유로 통과되지 않아 경제살리기의 발목이 잡혀 있고, 국가와 미래세대를 위한 공무원연금 개혁조차 전혀 관련도 없는 각종 사안들과 연계시켜 모든 것에 제동이 걸리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의 정치현실”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정부의 시행령까지 국회가 번번이 수정을 요구하게 된다면 정부의 정책 추진은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과 우리 경제에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과거 국회에서도 이번 개정안과 동일한 내용의 국회법 개정에 대해 ‘위헌 소지가 높다’는 이유로 통과되지 않은 전례가 있다”며 “이것은 국회 스스로가 이번 개정안이 위헌일 소지가 높다는 점을 인식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국회는 대통령령(법률 시행령)등의 행정입법이 상위법률(모법)의 취지 등에 어긋나는 것으로 판단될 경우 국회가 소관기관에 그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재적의원(298명) 3분의2를 넘는 211명의 찬성으로 본회의 의결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김성우 홍보수석을 통해 “개정된 국회법은 입법·행정·사법 삼권분립에 위배할 뿐만 아니라 행정부의 고유권한인 시행령 제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이날 박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국회법 개정안 수용불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해 개정안을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새누리당은 일단 박 대통령과 보조를 맞췄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과 우리 당의 뜻이 다를 수가 없다”면서 “대통령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면 충분한 검토의 결과로 말씀하신 걸로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이 실제 거부권을 행사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만약이라는 얘기는 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국회법 개정안의 내용이 위헌이냐 아니냐 하는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과 청와대의 태도가 심하다”면서 “정부가 법의 취지를 존중해서, 법률이 위임한 범위 내에서 시행령을 만드는 노력부터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문 대표는 “입법권은 기본적으로 국회에 속하는 것이고 시행령은 법률이 위임한 그 범위 내에서 법률의 시행을 위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그런데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비롯해서 그동안 시행령이나 행정부의 행정해석이 법률의 취지에 맞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국회법 개정이 이뤄진 것 아니냐”고 청와대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