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명예부회장인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축구회관 대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의 사퇴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News1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측근 부패로 회장직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블래터 회장에 비판적 입장을 취했던 정몽준(64)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자신을 둘러싼 FIFA 회장 선거 출마 소문과 관련된 입장을 밝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신중 모드'다.
정 명예회장은 지난 3일 오후 축구회관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FIFA 회장직 출마 여부에 대해 "내게 FIFA 회장직 출마를 묻는 분이 많다. 하지만 선거에 나서는 것은 현실의 문제"라면서 "국제 축구계 여러 인사를 만나 의견을 듣고 신중하게 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축구협회가 정 명예회장의 긴급 기자회견을 취재진에게 알린 때는 오후 3시 이후다. 당일 저녁 진행할 회견을 당일 오후 공기한 것이다. 매우 긴박하게 일정이 잡힌 만큼 상당수 취재진은 'FIFA 회장 출마 선언'이 있지 않겠냐고 추측했다. 그렇지만 결론은 아니었다.
정 명예회장은 "차기 FIFA 회장 선거는 실추된 FIFA 위상을 회복할 중요한 기회라고 생각한다"면서 "선거 관리는 투명하고 공정하게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FIFA 회장직 출마는 매우 신중했지만 블래터 회장 대상의 비판만큼은 과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현재 FIFA의 중심은 블래터 그리고 블래터와 가까운 사람들"이라며 “블래터와 측근은 모두 이번 선거에 출마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명예부회장인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축구회관 대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의 사퇴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News1
정 명예회장의 블래터를 향한 맹비난은 계속 이어졌다.
그는 "블래터 회장은 머리가 아주 좋다. 200여 회원국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회유 내지 압력을 가해 이번에도 이렇게 된 것"이라면서 "그러나 블래터 회장의 FIFA 40년 시대를 마치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만큼 축구를 사랑하는 많은 FIFA 관계자들과 나라별 책임자들이 이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또 관심갖고 참여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기대했다.
이어 "FIFA와 블라터 회장이 미국과 스위스 등 여러 나라에서 조사받고 있고, 앞으로도 조사는 이어질 것"이라며 "어떤 사람이 처벌받게 되느냐의 문제는 더욱 조사해야 알겠지만, FIFA는 체육단체인데 이렇게 불명예스런 상황이 발생한다는 자체가 문제다. 관련 책임자는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맞다"고 블래터 회장과 주변에 대해 연신 강한 비판을 가했다.
정 회장은 블래터 회장에 대한 안타까움도 살짝 표했다.
정 명예회장은 "블래터 회장과 솔직하게 대화를 하려고 노력했었다. 집행위원회가 블래터의 잘못에 대해 바로 잡아주지 못한 것은 안타깝다. 블래터는 객관적으로 자신을 볼 능력이 없다. 축구 발전에 힘썼으니 명예롭게 은퇴를 했으면 하는 게 내 소망이다"라고 의견을 피력하면서 회견을 마무리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명예부회장인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축구회관 대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의 사퇴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News1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