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부동한 반짝 활황에 기대지 말자

입력 : 2015-06-04 오후 1:25:14
◇박인호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
 
최근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5월보다 2배나 늘어났으며 5월 거래량으로는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지만 기존 아파트의 가격 상승은 완만하다. 이는 아파트거래가 실수요자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투자수요가 유입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아파트분양시장은 지역적으로 과열되면서 분양권의 불법거래에 관심을 가지는 청약자들이 늘어나지만 2014년부터 단기간에 과잉 공급된 신규 분양 아파트가 2017년 입주하는 시점에서는 지역적으로 미 입주사태가 발생해 주택시장의 침체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분양한 하늘도시 점포겸용 단독주택용지는 필지당 평균 5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 했고, 특정 용지의 경우 전국의 투자자가 몰리면서 최고 1693 대 1의 청약률을 나타내 청약열기를 가열시키고 있다.
 
기록적인 저금리와 전세난, 그리고 정부의 부동산시장 부양, 이 세 가지가 시장을 들썩인 원인으로 보고 있지만 앞으로의 시장 전망을 두고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이 서로 다른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KDI는 한국이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중 20% 이상)에 진입하는 2020년대부터 일본식 주택시장 충격이 나타날 수 있어 소득이 줄어든 노인들이 집을 팔거나 주거 면적을 줄이고, 집 살 여력 있는 생산가능 인구는 줄어들어 2019년부터 집값이 연평균 1~2%씩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고령화 쇼크의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는 젊은 세대의 주택 구매가 늘고 있다는 자료를 근거로 단기 시장 전망을 낙관했다지만 KDI는 이런 반짝 효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시장이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를 던지고 있다. 다른 전문가집단에서는 고령화보다도 주택시장이 직면한 한 문제가 가계부채로 설명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개월 연속 0%대에 그치면서 디플레이션 공포가 한국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여기에 수출도 감소하면서 경기 반등의 동력이 약해지는 상황으로 한번 추락한 실물경제가 회복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으면서 경제성장률 3% 달성도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이러한 디플레이션과 부동산가격 버블의 조합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이미 IMF와 서브프라임사태를 경험하면서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부동산시장의 심리적 트라우마가 작용해 청약열기와 거래량증가, 저금리, 정부의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아파트 위주의 투기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개인중심의 투자자들이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현재 부동산시장의 구조변화는 과거와는 다르게 전개되고 있으며, 향후를 전망하기에는 국내외적인 변수의 영향이 너무 많지만 정부는 너무나 안이하게 아날로그 식 대처를 하고 있다. 최근 거래량 증가와 청약열기로 부동산시장에서 불을 댕겨 내심 경기회복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것 같은데, 잠깐 불꽃을 피울 수는 있겠지만 부동산시장의 성장과 지속성을 위해서는 현재의 패러다임으로는 부동산시장 체질강화와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변화하는 부동산시장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미래 비전을 세우고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
 
부동산산업적인 측면에서 부동산산업의 목표를 세워보면 크게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부동산산업 및 부동산서비스산업의 전문성 강화, 선진사회진입을 위한 부동산산업에서 부가가치 창조, 창조경제의 일환인 부동산산업에서 일자리 창출, 부동산산업의 지속성을 위한 민관협력으로 정의해 볼 수 있다.
 
특히, 부동산산업의 지속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선진국에서 이미 여러 방법으로 시도해 왔다. 이를 한국적 상황에 제시해보면 건축총량제의 도입과 민관협력(PPP: Public Private Partnership)을 혼합하는 것이다. 부동산시장은 특성상 지역성이 강하므로 부동산분야별 개발의 총량을 지역실정을 고려해 지역 부동산전문가들에 의해 사전에 건축허가를 통해 조절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단기간에 과잉 신규 분양되거나 공급 부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그러한 개발을 지자체와 지역의 토지소유자, 개발업체가 협의하여 지역개발에 공헌할 수 있는 부동산개발을 허가하는 것이다.
 
정부는 분양열기와 거래량 증가로 부동산시장 활성화 유지를 기대하기 보다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에 대한 연구와 IMF, 서브프라임사태의 경험을 통해 또 다른 위기가 재현된다 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국가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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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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