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의 메르스 저주?…국민 대혼란 조장

"전염성 낮다" "격리조치 완료"→감염자 35명·격리환자 1400여명↑
"휴교 조치 이르다" "마스크 필요 없다"→200개 이상 휴교·장관은 마스크 착용
장관 발언 때마다 반대 상황·대응으로 정부 신뢰도까지 바닥

입력 : 2015-06-04 오후 2:28:57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자가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여기에  상황판단 을 제대로 못한 보건당국 수장의 발언으로 대한민국이 대혼란의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전염성이 낮다"는 초기 대응 실패부터 시작해 최근 "마스크가 필요 없다"는 발언까지 마치 예측이 반대로 가며 '펠레의 저주'와 닮은 '문형표의 저주'라는 웃지못할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4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국내에서 2명의 사망자와 35명의 감염자, 1400여명의 격리환자가 발생하면서 메르스 사태는 급격히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메르스 첫 감염자가 확인된 지난 5월 20일 문 장관은 "메르스는 전염성이 낮다"고 강조하며 "일반 국민들에게는 전파 가능성이 없다"고 안심시키며 문형표의 저주가 시작됐다.
 
 
이 발언은 2주 남짓한 시간 동안 감염자와 격리 환자가 무섭게 늘어나면서 초동 대응 실패한 대표 사례로 꼽히고 있다.
 
문 장관의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5월 21일 "첫 감염자와 접촉한 가족과 의료진 등 64명에 대해 격리조치를 완료했고, 이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며 메르스에 완벽한 대응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같은 날 첫 감염자의 딸이 격리를 요구했다가 보건 당국에 의해 무시당한 것이 알려졌고, 결국 그녀는 감염자로 확인되면서 부실대응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또한 보건 당국의 접촉자 관리 허술로 26일 의심환자가 중국으로 건너간 사실이 뒤늦게 파악됐고 홍콩과 중국 등에 메르스를 전파한 국제사회의 원흉으로 지목되면서 국가 신뢰도 하락까지 우려되고 있기도 하다.
 
메르스가 확산 조짐을 보이자 문 장관은 5월 23일 인천공학검역소를 방문해 대처 상황을 점검하면서 "첫 감염자가 격리되기 전까지 접촉했던 사람들의 잠복기를 고려할 때 앞으로 2주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대비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후 일주일 뒤 메르스가 걷잡을 수 없는 확산 속도를 보이던 31일에도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이번 주가 확산이냐 진정이냐를 판단할 수 있는 고비"라고 설명하며 시간 계산에 철저했다.
 
하지만 이 말은 3차 감염자가 발생하기 전까지만 적용된다. 보건 당국은 3차 감염자 발생을 막기 위해 시도를 했지만 허술한 대응이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2차 감염자를 통해 발생한 3차 감염자가 1일 2명, 2일 1명, 4일 2명 등 꾸준히 확인되고 있다. 첫 감염자와 접촉한 격리자들의 잠복기를 고려한 보건 당국의 시간 계산은 무의미 해졌다. 보건의료노조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3차 감염이 확산되면 통제불능의 의료대란이 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6월이 시작됐지만 메르스도 멈추지 않았고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문 장관은 이를 수습하기 위해 발언을 쉬지 않고 쏟아냈다.
 
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무회의장에서 영상회의로 열린 청와대-세종 간 메르스 대응 민관합동 긴급 점검회의에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회의에 앞서 자료를 살피고 있다. 사진/뉴시스
 
2일 확산 방지 대책회의에서 그는 "메르스가 지역사회로 전파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학교의 휴교 조치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그리고 "메르스는 밀접 접촉을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환자가 해당 병원에 있었다고 해서 그 병원에 가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우려"라고 병원명 미공개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그의 발언이 있은지 하루만에 전국 500여개 학교와 유치원 등이 메르스 감염을 우려해 휴교에 들어갔고, 복지부와 교육부가 엇박자를 내면서 정부 당국의 불통을 여실히 보여주고 말았다.
 
메르스 병원명 공개 불가 방침은 사회를 더욱 불안에 빠뜨리는 한편 보건 당국이 정부의 방침과도 맞지 않는다는 것도 확인시켰다.
 
박근혜 대통령은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긴급 점검회의에서 "종합 대응 TF(태스크포스)와 범정부 대책 지원본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지시하며 "현재의 상황과 대처 방안에 대해 국민들께 알려야 한다"고 정보 공개를 강조했다.
 
병원을 공개하라는 국민들의 불만과 질타에도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보건당국이 정부의 정보 공개와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하다.
 
그의 발언 가운데 가장 이슈가 된 것은 바로 '마스크'. 문 장관은 2일 대책회의에서 "메르스는 공기 전염이 아니기 때문에 마스크가 필요 없다"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그가 인천공항검역소를 방문했을 때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 곧이어 공개 됐고, 보건 당국 수장의 말과 행동이 다른 모습은 국민들의 불신을 넘어 비아냥과 조소까지 만들어내고 말았다.
 
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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