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가
삼성물산(000830)과
제일모직(028260)의 합병 계획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지난달 26일 삼성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계획을 발표한 이후 지분을 보유한 글로벌 투자자가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양사의 합병 실패 여부와 함께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까지 파장이 예상된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 주식 1112만5927주를 장내 매수했다고 4일 공시했다. 전체 의결권 있는 주식수의 7.12%에 해당한다. 주당 취득단가는 6만3500원으로 보유 목적은 경영 참가다.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자산은 29조원 규모로 엘리엇소시에이츠와 엘리엇인터내셔널 두 개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이날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 계획안은 삼성물산의 가치를 상당히 과소평가 했을 뿐 아니라 합병조건 또한 공정하지 않으며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현재 삼성물산의 주주현황을 보면 삼성그룹 계열사의 지분은 19%대에 불과하다. 반면 지난 3일 기준 외국인 지분은 32.11%다. 국민연금도 9.7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비롯한 다른 외국인 투자자들과 국민연금 등 기관 투자자들이 합세해 1조5000억원 규모의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합병 계획이 무산될 수도 있다. 이는 삼성물산 보통주 지분 약 17%에 해당하는 규모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을 비롯해 대다수 투자자들이 반대세력에 힘을 보탤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과는 다른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당시에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이 양사의 시가보다 높았고 업황도 좋지 않아 반대 명분이 충분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차익실현을 위해 반대표를 던졌다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시장을 자극해 주가를 끌어올리고 지분을 매각해 차익을 남기려는 의도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날 오전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지분 매입 소식이 알려지면서 11시10분 기준 삼성물산 주가는 전날 종가 대비 9.68%, 제일모직은 5.77% 상승했다.
◇삼성물산 서초사옥 전경(사진=삼성물산)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