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증권가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테마주 주의보'가 내려졌다. 전문가들은 주가 흐름이 펀더멘털 혹은 실적과 무관한 만큼 테마주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진원생명과학, 조아제약, 중앙백신, 진양제약, 고려제약, 슈넬생명과학, 바이오니아 등 메르스 테마주로 분류되는 중소형 제약주들이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이들 종목들은 메르스 공포가 확산된 시점과 맞물려 연일 14%대의 상승 랠리를 이어가다 지난 3일 일제히 하한가로 직행해 분위기를 급반전시켰다. 이 중 진원생명과학과 중앙백신은 이날도 가격제한폭(14.95%)까지 떨어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실제 메르스 백신 개발에 성공한 제약사가 없는데도 기대감만으로 백신주들이 급등한 뒤 다시 급락하는 이상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실체가 없는 중소형 종목에 대한 무분별한 투기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방책으로 제시된 마스크 관련주들도 메르스 테마주로 꼽힌다. 케이엠, 오공 등 마스크주는 지난달 29일부터 연일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다 이날부터 하락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마스크주의 최근 상승세가 일시적 요인에 따른 것이었던 만큼 주의를 기울일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고승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들 기업들의 가치가 메르스 하나로 인해 2배 이상 평가 받는 것은 과도하다"며 "메르스 우려가 확산되면서 추가적인 상승도 가능하겠지만 신규 진입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리스크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최근 메르스 우려로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어 온 업종에는 다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펀더멘털이 탄탄한 종목 위주로 저점 매수 전략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
박정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메르스가 장기화되지 않고 과거 신종플루나 에볼라 수준에서 진정된다면 역발상 관점에서 향후 1~2주는 최근 메르스로 인해 불확실성이 촉발된 화장품, 여행, 레저, 항공 등을 매수해 볼 수 있는 찬스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화장품, 여행, 호텔·레저 관련 기업들은 과거 사스(SARS)·신종플루 우려가 고조됐을 때에도 일시적인 충격 이후 주가가 다시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LG생활건강과 AK홀딩스는 사스 창궐 이후 수 주 가량 하락세를 이어가다 3개월 뒤 다시 20% 넘게 급등한 바 있다.
메르스 공포가 확산되면서 테마주들의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윤경 기자 ykch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