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먼저 금융회사를 거쳐야 할 전망이다. 늘어나는 민원에 대응하기 위한 금감원의 고육지책이다.
7일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금융사를 거치지 않고 바로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일차적으로 금융사에 먼저 민원을 제기한 뒤 금감원을 찾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고 말했다.
인터넷이나 서면을 통해 금감원에 민원이 접수되면 금융회사에 민원을 처리한 적이 있는지 여부를 조회하고, 처리된 적이 없을 경우 민원인의 동의 하에 금융사와의 자율조정을 유도할 계획이다.
금감원을 찾는 민원을 금융사에 돌려보내는 방식이지만 동의하지 않은 민원까지 금융사를 거치도록 하는 것은 관련법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에 제기된 금융민원 신청건수는 지난 2013년 63만8138건에서 지난해 70만6759건으로 10.8% 증가했다. 민원이 증가하면서 금융민원의 평균 처리기간은 42.4일로 전년대비 5.4일 늘었다.
민원을 30일 안에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사실확인 조사기간 등을 포함하면 대체로 1~2달이 걸리고, 처리기간이 2달을 넘기는 것도 5건중 1건 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담당 부서 직원들은 주말에도 당번제로 근무를 서는 등 업무 과중도 상당하다.
금감원은 민원처리 시스템을 변경하면 금융사 차원에서 수용되는 민원 건수가 늘어나 전반적인 민원처리 기간이 단축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민원에 대한 금융사의 우선적인 책임을 강화해 시장의 자율적인 민원처리 능력을 제고하고, 금융사의 결정이 향후 금감원의 민원처리에서 1차 판단기준 역할을 할 수 있어 보다 정확한 문제파악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다만 금융회사가 수용을 꺼리는 민원의 경우 소비자가 금융사와 금감원을 이중으로 거쳐야해 민원처리 기간만 늘어날 수 있어 소비자 불편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이를 막기 위해서는 금융회사의 민원처리 기간이 늘어지지 않도록 규제하고 금융사의 잘못된 판단에 대해서는 엄격한 패널티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소비자 불편을 막기 위해 금융사에 민원감독관을 파견하고 금융민원 유발회사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다음주 국회 세미나를 통해 관련 내용을 논의하고 내달중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