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김현국 정립전자 원장 "편견 넘어선 품질..기술집약 제품도 문제없다"

입력 : 2015-06-12 오전 6:00:00
◇김현국 정립전자 원장.(사진=정립전자)
 
"사회적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면서 품질은 좋지 않지만 도움을 준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민간 기업들과 비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제품 중 가급적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제품을 구매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게 옳습니다."
 
서울 광진구 아차산 중턱에 위치한 정립전자에서 만난 김현국 원장. 국내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을 설명하는 그의 표정에는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정립전자는 한국소아마비협회 산하 정립회관의 직업재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난 1989년 7월 설립된 사회적 기업이다. 2008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중증장애인생산품 시설로 지정받았으며 2011년 고용농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획득했다.
 
김 원장은 정립전자가 금융위기 등으로 경영난을 맞은 지난 2010년부터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품질과 생산성 강화로 경영정상화를 이끌었다. 그런만큼 이같은 사회적 인식이 못내 속상한 눈치였다.
 
그는 "국내에서는 사회적 기업에 대해 품질 불량이나 사후서비스의 부재, 잦은 부도를 주요 이슈로 꼽는 등 여전히 장애인들이 만든 제품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다"며 "대부분의 사회적 기업들은 충분히 민간기업과 경쟁해 이길수 있는 좋은 제품을 가졌음에도 일부 몇몇 부실기업으로 인해 이같이 폄하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어 "언론 역시 사회적 기업에 접근할 때 도움의 대상보다는 사회에 공헌을 하는 경쟁력있는 기업과 제품을 소개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김 원장의 아쉬움을 반증하듯 실제로 사무실의 한쪽 벽면에는 중소기업청, 서울시, 한국전력공사, 한국남부발전 등 다양한 공공기관으로부터 받은 감사패들과 표장장들이 가득했다.
 
◇장애와 편견 뛰어넘은 제품경쟁력
 
설립 당시 정립전자는 중증장애인들에게 직업훈련을 실시하고 이를 통해 민간기업에 취업을 연계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중증장애인들의 특징상 민간기업에서 적응이 쉽지않다는 한계가 있어 직접 사업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김 원장은 "생산라인에서 실습작업을 통해 직업 훈련을 실시하고 취업을 연계해주는 통로의 역할로 시작했다"며 "하지만 중증장애인들이 민간기업에 취업을 해도 스스로 위축되는 경향이 많아 직업연계보다 직접 사업을 펼쳐 일자리를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정립전자는 근로장애인 106명, 고용직원 30명, 소외계층 19명 등 총 155명이 근무하는 장애인근로사업장으로 자리잡게 됐다. 중증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이들이 생산한 제품을 통해 수익을 내는 형태다. 수익은 다시 이들의 복리후생과 급여를 위해 사용된다.
 
정립전자의 주요 제품군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CCTV 카메라, 지폐계수기, 방송장비 등이다. 세밀한 공정이 필요한 전기·전자제품으로, 중증장애인들이 생산하기 어려움이 있어보이지만 김 원장은 이 역시 편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김 원장은 "정립전자의 근로장애인 중 80%는 지제장애인들로, 인지능력은 비장애인과 비슷히며 집중력은 오히려 훨씬 높아 불량률이 매우 낮다"며 "다만 거동이 불편해 생산성이 떨어지지만 이는 자동화 설비 및 인력 추가 확보를 통해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같은 노력을 통해 정립전자의 제품들은 조달청에 등록돼 있는 상태"라며 "정부에서 우수 제품을 평가해 조달청에 등록하는 만큼 품질 면에서 민간 기업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이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정립전자는 지난 2010년 22억원 수준이었던 연매출을 지난해 200억원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정립전자는 향후 글로벌 시장 공략을 통해 수익을 더욱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튀니지 현지 공략을 모색 중에 있으며 인도네시아에는 현지 지점을 설립해 올해부터 영업에 들어간 상태다. 또 베트남은 지난해 실증 테스트를 거쳐 제품 개선작업을 완료했다.
 
김 원장은 "다양한 소외계층과 중증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뿐만 아니라 판매 확대로 실적을 개선해 급여 역시 인상시켜줄 수 있는 안정적인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광진구 아차산 중턱에 위치한 정립전자 작업장 전경.(사진=정립전자)
◇"공공기관 구매 품목 세분화로 지원범위 넓혀야"
 
이같이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안정기에 접어든 정립전자이지만, 김 원장은 국내에서 사회적 기업이 좀 더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판로 확대 지원이 뒷받침돼야한다는 지적이다. 공공기관들이 사회적 기업의 제품들을 일정 부분 지속 구매하고 있지만 구매품목이 지나치게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김 원장은 "현재 공공기관들이 구매하는 사회적 기업들의 제품 목록을 보면 사무용기나 토너와 같이 소비재들이 대부분"이라며 "이런 경우 혜택을 받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이 발생하기 때문에 고른 정부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는 사회적 기업 구매 목표금액을 지정하고 총액 기준으로 이를 달성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여기에 그칠 것이 아니라 목표금액 내에서 전자와 정보통신을 비롯해 부문별 제품을 다양하게 편성해 구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공기관이 이같인 다양한 사회적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판로 확대를 넘어서 그 기업의 제품 신뢰성을 높이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는 것.
 
김 원장은 “LED조명과 CCTV 카메라와 같이 기술집약적 제품은 앞서 지적한 편견 때문에 판로확대가 더욱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때문에 공공기관에서 앞장서 우리 제품을 평가해주고 구매해준다면 그만큼 제품 신뢰성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사회적기업 우선구매 제도에 대해서는 일반 민간 중소기업들과의 역차별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강제화하기 보다는 입찰에 가점을 주는 형식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외에도 김 원장은 앞으로 사회적 기업을 만들려는 후배 기업가들에게도 충고 또한 아끼지 않았다.
 
김 원장은 “사회적 기업을 준비하는 사람들 중 일부 자기 기업을 운영해보고 싶은 욕심해 사회적 기업으로 등록해 국가 지원을 악용하는 이들이 있다”며 “이같은 행태들은 사회적 기업들에 대한 사회의 전반적인 편견을 키우는 나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에서 취약 계층에 대해 고민해보고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명분을 갖고 사회복지적인 마음을 갖고 시작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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