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생명의 문화와 '답게' 살기

입력 : 2015-06-10 오후 3:00:00
2015년의 대한민국은 일제로부터의 해방 70주년을 맞이하는 기쁨보다는 그 기간만큼의 남북분단과 남남분열로 인한 갈등과 대립이 첨예하게 드러나고 있다. 해방 이후 남북한의 독자 정부수립, 한국전쟁, 4.19혁명, 5.16군사정변, 부마민주항쟁, 5.18광주민주화운동, 12.12군사반란, 독재·군사정권 퇴진항쟁 등으로 바람 잘 날 없었다. 정치적으로는 지역주의를 이용한 정쟁에 몰두하였고, 경제적으로는 IMF사태 이후의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사회·문화적으로는 이기주의·물질주의와 비윤리적·비도덕적 경향이 짙어지게 됐다.
 
김문태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양학과 교수
대한민국의 혼인율, 이혼율, 출산율, 낙태율, 자살율 등을 살펴보면, 우리 사회는 생명의 문화가 아닌 죽음의 문화에 젖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계청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과 2012년의 사망원인 중 자살이 8위에서 4위로 급상승했다. 자살 사망자 수가 인구 10만 명당 17.9명이었던 것이 28.1명으로 10.2명이 증가해 무려 57.2%의 증가율을 보였다. OECD 표준인구 10만명당 평균 자살률이 12.5명이라는 사실과 비교하면 그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또한 최근 6개월간(2014.8~2015.1)의 혼인은 15만5000건인 반면, 이혼은 5만7600건이다. 혼인 대비 이혼 비율이 무려 37%가 넘고 있는 것이다. 평균초혼연령은 남자가 32.2세고, 여자가 29.6세로 점차 늦어지는 추세다. 갈수록 혼인율은 낮아지고, 이혼율은 높아지고 있다. 한 여자가 가임기간(15-49세)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출생아수인 합계출산율은 1.19명에 불과하다. 출산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국가로 보고되고 있는 반면, 가임여성 1000명 중 29.3명이 낙태 경험이 있어 OECD 국가 중 낙태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부정적인 지표 속에서 국가가 국민을 위해 제대로 기능하리라는 기대, 국민이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으리라는 희망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선체에 있던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세월호 참사가 터졌던 것이다. 탑승인원 476명 중 295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한, 부정부패·이기주의·무사안일·무능과 무책임이 빚어낸 최악의 인재였다. 작년에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대한민국의 부패지수가 전 세계 조사국 175개국 중 43위, OECD 34개국 중 27위라는 사실이 실감나게 느껴지는 까닭이다.
 
'논어' 안연편에 제경공이 정치에 관해 묻자, 공자가 ‘임금은 임금 노릇을 하고, 신하는 신하 노릇을 하고, 아비는 아비 노릇을 하고, 자식은 자식 노릇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단순하면서도 보편적인 진리를 되새길 시점이다. 나 자신부터 ‘답게’ 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내 정체성을 확립하고, 가족·친지·이웃들을 독립적 인격체로서 대하며 보듬는다면, 죽음의 문화에서 벗어나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때 가난하고 힘없고 억눌린 이들,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서슴없이 손을 내밀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갈등과 대립을 넘어 분단과 분열을 치유하는 길이다.
 
오늘 누가 생명의 문화를 말하는가. 누가 정신적인 가치를 앞세우고, 더불어 사는 삶을 논하는가. 우리 모두가 자신의 처지와 입장에서 ‘답게’ 살아가야 할 때다.
 
김문태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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