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을 누가 옮겼을까

성행위 없이도 전염…주기적 검사 중요

입력 : 2015-06-10 오전 6:00:00
모든 질병이 그렇겠지만 성병은 초기에 잡아야 한다. 무분별한 성관계로 인해 발생한 것 같은 편견 때문에 제때 치료하지 않아 병을 키우거나 타인에게 전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성병(Venereal Disease VD)의 정확한 의학용어는 성매개감염병(Sexually Transmitted Infection)이다. 직접적인 성관계뿐 아니라 성과 관련된 모든 행위를 통해 세균이 전염된다는 의미다. 과거에 비해 성의식이 개방화되면서 성병 환자도 크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3년 성병 환자는 37만2500여명으로 2010년(34만6000여명) 대비 8% 증가했다. 성인의 1% 정도가 성병으로 병원을 찾았다는 계산이다.
 
성병은 무분별한 성관계로만 전염되는 것은 아니다. 누구에게 감염됐는지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파트너에 대한 배려와 적극적인 치료 자세가 중요하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실제론 성병 환자는 이보다 더 많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성적으로 활동적인 사람 5명 중 1명은 성병에 감염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성병은 매독, 임질, 비임균성 요도염, 헤르페스, 곤지름, 사면발이, 옴, 에이즈 등 30여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과거에는 매독, 임질이 많이 걸렸으나 최근에는 비임균성 요도염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성병이 다양한 만큼 증상도 제각각이다. 요도로 감염되는 요도염이 가장 흔한 성병이다. 요도염은 임질(임균성 요도염)과 비임균성 요도염으로 나뉜다. 소변 볼때 따갑거나 누런색의 분비물이 나오면 요도염이 의심된다. 소변이 자주 마렵거나 요도가 간질거리는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피부 발진, 궤양이 발생하면 매독이 의심된다. 매독은 방치하면 심장질환, 신경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다. 매독에 감염된 임신부가 신생아에게 감염시킬 수 있어 검사와 치료가 필수적이다.
 
바이러스에 의한 성기 헤르페스는 성기 주변에 포진(물집)이 발생해 심한 통증을 느낀다. 한번 들어온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잠복과 발현을 평생 반복한다.
 
곤지름은 피부 접촉에 의해 전염된다. 주로 음부나 회음부에 나타나는 성병성 사마귀다. 음부에 한 개 혹은 여러 개의 좁쌀만한 사마귀가 발생하는데, 단순한 사마귀로 착각을 하곤 한다. 하지만 성병 사마귀는 자잘하고 빠르게 번져나간다는 점에서 일반 사마귀와는 다르다.
 
사면발이나 옴은 음모에 붙은 이나 기생충이 옮겨지는 성병이다. 심한 가려움증을 유발하며 침구 또는 음모의 접촉으로 전염된다. 이밖에 질에서 심한 냄새가 나고, 음경 근처가 부어오르는 것도 성병 증상이다. 성기 부분에 염증, 궤양, 수포 등도 발생할 수 있다.
 
성병의 주 감염 경로는 직접적인 성행위다. 성생활 패턴에 따라 입이나 항문을 통해서도 전염되기도 한다. 성병균은 외부에 노출될 시에는 금방 사멸되기 때문에 침대나 목욕 가운, 변기 시트 등에서 전염될 우려는 적다.
 
하지만 드물게는 성관계가 아니라도 성병이 생길 수 있다. 임질 외 다른 균에 의해서 요도염이 생기는 비임균성 요도염은 성행위에 의해서만 전염되지 않는다. 비성적인 경로를 통해서도 여성에게 발생할 수 있는 균주다. 배우자가 반드시 성행위로 성병에 감염되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배우자에게 성병 진단을 받으면 외도를 의심하는 사람이 적지않다. 하지만 성병은 몇달 길게는 몇년간 특이한 증상이 없을 때가 많다. 남성은 소변을 볼 때 통증이 있거나 고름이 나오는 등 요도염의 이상증상이 쉽게 나타난다. 반면 여성은 별다른 이상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실제 여성 성병 환자의 40~60%가 무증상을 보인다. 성인 남성의 20%, 여성의 25% 정도가 앓고 있는 헤르페스도 보균자의 20% 정도는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잠복기가 길면 뒤늦게 성병 증상이 나타난다. 평생 동안 단 둘이서만 성관계를 하지 않은 이상 누가 옮겼는지 가려내기도 쉽지 않다. 
 
금욕생활만이 성병에서 100% 안전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는 쉽지 않다. 성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이 성병에 감염될 수 있다. 누가 성병을 옮겼는지 찾기보다는 치료에 집중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증상이 나타났다고 모두 성병으로 진단 받는 것은 아니다. 만일 성병이 의심되면 신속히 검진하고 치료해야 한다. 각각의 성병에는 각각의 치료 방법이 있다. 의료진의 치료에 잘 따르면 성병은 대부분 완치가 가능하다. 성병에 감염됐으면 지체하지 말고 상대에게 감염 사실을 알려야 한다. 배우자도 검진과 치료를 받게 해 재감염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적극적인 성생활을 한다면 자각 증상이 없더라도 성병 검사를 주기적으로 시행 받는 것이 좋다.
 
백성현 건국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콘돔을 사용하면 피부 접촉에 의한 일부 질환을 제외하고 대다수의 성병을 예방할 수 있다"며 "건전한 성생활과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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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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