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최후통첩' 받은 그리스, 결국 항복의 길로

긴축 수위 낮춘 채권단 협상안 받아들일 듯

입력 : 2015-06-03 오후 3:34:10
"결국 그리스의 항복으로 귀결될 것이다."
 
그리스 정부와 채권단이 최종 협상안을 맞교환 하면서 몇달 간 애를 먹였던 그리스 사태가 조만간 결론을 도출할 조짐이다. 양측 간 밀당게임도 이제는 종지부를 찍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그동안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강력한 긴축안을 가져오라며 그리스를 압박했던 채권단이 긴축수위가 한층 완화된 협상안을 제시하면서 이번 사건을 종결 짓겠다는 의지를 나태내고 있다는 점이 가장 긍정적인 대목이다.
 
디폴트로까지 사태를 몰고가기를 원치 않는 채권단 쪽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한 셈이다. 향후 쟁점은 그리스가 이를 수용하는지 여부다.
 
2일(현지시간) EU집행위원회는 "그리스와 채권단 간에 협상안 문서를 교환한 것은 좋은 징조"라며 "다만 아직 협상 완료까지는 많은 단계들이 남아 있다"고 언급했다.
 
◇수세로 몰린 그리스 선택 여지 없을 것
 
이번주는 그리스의 운명을 와우할 중대한 이벤트가 줄줄이 잡혀 있다. 3일 유럽중앙은행(ECB) 이사회와 드라기 총재 기자회견, 5일에는 그리스의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3억 유로 규모의 자금 상환 스케줄에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5일 그리스가 부채상환을 못하게되면 디폴트 초읽기에 들어가는 상황. 물론 그리스는 5일 예정된 채무 변제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그리스 정부의 발표인 만큼 실제 상환 가능 여부는 직전까지 리스크 요인으로 남아 있다.
 
이에 대한 우려로 긴장감 수위가 최고조에 달하자 결국 그리스와 채권단은 사태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제스춰를 취하고 나선 것이다.
 
채권단 합의안은 그리스의 중장기 재정흑자 목표치를 국내총생산(GDP)의 3.5%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초 4.5%에서 1%포인트나 낮아진 것이다. 그리스측이 제시하고 있는 목표치는 GDP의 0.8%로 여전히 양측 간 괴리가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전보다 채권단의 협상태도가 누그러진데다 그리스는 현금이 바닥나 수세로 몰려 있는 만큼 더 이상 완강한 거부로 일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로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의 협상 실패에서 보듯 '그리스는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는 식의 협박용 카드도 힘을 잃었다는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더 이상 버텨봤자 소득이 없을거라는 것.
 
지난주 라가르드 IMF 총재가 그렉시트(Grexit,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한 사실도 이러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리스를 유로존에 붙잡아두기 위해 더 이상 봐주기식 협상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는 해석이다.
 
유럽 당국 소식통에 따르면 채권단의 이번 최종 협상안은 그리스 정부에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요구될 전망이다. 그리스가 싸인만 한다면 일단 이번 그리스 사태는 드디어 종지부를 찍을 수 있게 된다.
 
◇獨 메르켈 총리 해결사로 나설수도 
 
그리스는 어떤 길을 선택할까.
 
현재 시장에서는 그리스가 채권단 측 협상안을 결국 수용하는 길을 가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리스 집권당인 시리자 정부가 협상 지연으로 국민들의 불만을 사면서 입지가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결국 그리스가 채권단에 항복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협상 실패로 파산하게 될 경우, 웝급과 연금을 받지 못한 대중들의 분노로 인해 시리자 정부가 먼저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반(反) 긴축을 고집하다 정권 붕괴까지 자초하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그리스가 단번에 채권단 긴축안을 받아 들이지 않더라도 최악의 시나리오인 그렉스트로 확대될 가능성은 없다는 전망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유로존 질서 유지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독일이 중재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그간 독일이 유럽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보면 항상 막판에 해결사 역할을 해 왔던게 사실이다.
 
유로존 유지를 위해 ECB의 자산매입도 허용해 온 독일이 그리스 파산은 인정해도 유로존 이탈을 허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로존 GDP의 2%에 불과한 그리스 유로존 이탈이 중장기적으로 나은 대안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은 제 2의 그리스에 대한 우려를 야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독일이 손 놓고 두고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 수출 가운데 60% 가량이 유로존 국가들에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자국의 이득을 위해서라도 그리스를 내보내는 것 만큼은 필사적으로 막을거라는 것.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리스와 채권단 간 협상이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며 "그리스가 유로존에 잔류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와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수경 기자 add17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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