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 후 인적분할을 통해 사실상 대주주의 의결권을 강화하는 '자사주의 마술'에 제동을 거는 법인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이 10일 발의한 법인세법 개정안은 '자기주식에 대해 분할신주를 배정하는 것에 대해 양도 손익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과세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자사주의 마술'은 의결권이 없던 한 회사의 자사주가 인적분할을 통해 A 지주회사와 B 사업회사로 나눠지는 과정에서 B 사업회사로부터 신주배정을 받아 B 사업회사에 대한 지분을 확보하게 돼 의결권이 부활되는 현상을 뜻한다.
결과적으로 이 회사의 대주주는 추가적인 비용 지출 없이 사업회사에 대한 지주회사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기업들은 5년 이상 사업을 계속하던 내국법인이 분리해 사업이 가능한 독립된 사업부분을 분할하고, 분할하는 사업부분의 자산 및 부채를 포괄적으로 승계하며 분할법인등만의 출자에 의해 분할하는 경우(법인세법 46조 2항) 양도손익이 없는 것으로 보고 법인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의거, 이 같은 방식으로 사업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국회입법조사처 법제사법팀 황현영 입법조사관은 지난 5월 국회에서 열린 '회사분할시 자사주 의결권 부활 정당한가?(새정치연합 김기준·서영교 의원 주최)' 토론회에서 "2012년 말까지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된 일반지주회사 중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한 회사의 지주회사 전환 전·후 대주주 의결권 지분을 비교해보면 대주주의 지분이 평균 16.93% 증가했음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연구결과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는 2013년 대한항공을 한진칼(지주회사)과 대한항공(사업회사)으로 인적분할한 뒤 주식교환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지주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늘린 바 있다.
그러나 박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국세청의 2009년 유권해석 자료는 "모회사가 소유하는 자회사의 주식에 대해 분할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자회사의 나머지 주주들에게 그 주주가 소유하던 비율에 따라 분할대가의 전액을 주식으로 교부하는 인적분할의 경우 법인세법에서 요구하는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본다"며 자사주에 대해 분할신주를 배정하지 않아도 적격분할로 인정함을 밝히고 있다.
이번에 마련된 법인세법 개정안은 일부 대기업들이 이러한 유권해석에도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분할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법인세법 요건 충족이 아닌 사업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해 법인세를 과세함으로써 기업들의 손쉬운 지배력 확대를 방지한다는 취지다.
한편 같은 당 김기준 의원도 지난 2월 자사주를 통한 재벌총수의 지배력 강화와 편법승계를 제한해야 한다며 '인적분할 시 기존 자사주에 대해 신주배정을 금지'하는 상법 개정안 등을 발의 한 바 있어 향후 법 개정을 통해 '자사주의 마술'에 제동이 걸릴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이 10일 인적분할 시 자기주식에 분할신주를 배정하면 법인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의 발의했다. 사진/뉴시스